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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무시험 진학 후 첫 대학입시|자기실력 측정 못해 불안한「고3」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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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학입시를 6개월 앞둔 고교3년생은 불안하다. 고교평준화로 정확한 실력위치의 측정이 어렵고 전반적으로 학력이 떨어진데다 「재수생 연한제」설 때문에 내년도 입시경쟁이 예년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고교무시험추첨진학 후 첫 대학입시를 맞은 서울·부산지구 고3생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타 고교생들과 실력을 비교하기 위해 「문제은행」의 채점방법을 참고하기도 하고 학관·학원에서 실시하는 비교연합배치고사를 이용하는 등 예년과 색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예비고사 성적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공개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사립고교는 우열반을 편성, 일류대학입시위주의 수업방법을 택하고 있는 반면, 공립학교는 능력별 반 편성을 피하고 예비고사 합격율을 높여 「일류고」를 판가름하려는 것이 특징.
고3생들의 태반은 1학기가 지나도록 지원학교·학과를 결정짓지 못한 채 보충수업·학원수강·가정교사 채용 등 분수에 넘치는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77학년도 대입예비고사응시 예상인원은 재수생 포함 25만1천 명. 수용능력은 대학 6만5천5명, 전문학교 3만1천 명 등 모두 9만1천5백55명 뿐으로 약16만 명이 탈락하게 된다.
고교평준화 정책에 따라 서울시내 각 학교 고교3년생 6백32학급의 실력수준이 같다고 전제하고 통계숫자로 풀이하면(총 입학생 중 서울시내 고교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율계산) 남학생의 경우 서울대에 학급당 2명, 연·고대에 각각 1명밖에 배정되지 못한다. 게다가 재수생 8만1천6백여 명과 평준화되지 않은 대구·광주·전주·대전·춘천·마산 등 지방 명문고 생의 진출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여져 지원학교에 대한 실력측정이 극히 어려운 실정.
이에 따라 학생들은 정확한 학력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시중 학관·문제은행 등을 오가며 변칙「테스트」를 받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서울 종로구 종로2가에 있는 모 학원(대표 정봉우). 가입학교는 전국 8백여개교에 대상 학생 수는 7만여 명.
시험문제는 모의예비고사 국영수 필수과목, 대학교배치고사, 학력경시 등 5가지이며 한 달에 한번정도 실시하는데 수수료는 종류에 따라 1회분이 1백50원∼5백원이다.
이 학원은 답안지를 회수, 채점한 다음「컴퓨터」로 처리, 학습성취도와 「그룹」석차를 밝히고 지원가능한 학교의 학과·계열을 배치해 준다. 대표 정씨는 『전반적으로 공립고교의 실력이 사립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 『능력별 반 편성 등 학습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복의 경우 매말 모의예비고사를 실시, 실력측정기준을 삼고 있으며 보충수업 때만 15개 반가운데 3개 반을 우반으로 편성했다. 연구주임 김방식씨(52)는 『고교3년생 가운데 아직도 곱셈·뺄셈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서울 고는 예비고사합격을 50%를 목표로 전과목에 걸쳐 하루 2시간의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정신여고는 보충수업과 자습지도를 병행하고 하오10시까지 도서실을 개방, 지도교사를 배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격무에 시달린 교사들이 가끔 코피를 쏟기도 한다고 3학년주임 서신석씨(40)는 말한다. 경기여고는 1개 반(56명)에서 평균 40여명이 학관을 다니고 있으며 최근 개인교사를 찾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는 것.
치열한 입시경쟁에 시달리고있는 고3년 생들은 일류학교를 염원하는 부모의 극성과 학교의 신경증적인 방침에다 자신의 허영심이 곁들여 더욱 불안·초조·공포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고려대 의대 곽동일 교수는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 ▲적절한 운동·오락·음악감상 등을 통해 머리를 식힐 것 ▲분수에 맞는 학교·과를 택할 것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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