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정치색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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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유중국의 21회「올림픽」참가문제를 놓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집행위원회가 주최국인「캐나다」의 정치적 요구에 굴복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자유중국의 「몬트리올·올림픽」참가분규는 「캐나다」정부가 국호·국방 및 국가를 사용하는 한 자유중국의 작가를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제기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IOC집행위는 결국 자유중국이 「캐나다」의 요구대로 「대만」이라는 지역명칭과 국기인 청천백일 기 대신 오륜기를 사용하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캐나다」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중공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 목적 때문이다. 지난 70년에 북경과 국교를 맺은 「캐나다」는 중공을 중국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하는 동시에 대만에 대한 중공의 영토권 주장에 유의한다는 정책을 취해왔다. 따라서 중화민국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중국에 중화민국(ROC)이라는 국호와 국기 및 국가의 사용을 허용함으로써 중공과의 관계가 훼손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러한 「캐나다」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전혀 이유가 닿지 않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캐나다」정부로서는 자국의 정치적 입장을 적당하지 않은 데에서 적당하지 않은 때에 내세웠다는 비난을 면할 도리는 없을 것이다.
원래 「올림픽」은 국제「올림픽」헌장에 명시됐듯이 정치나 인종 또는 종교의 차이를 초월한 전세계 체육인들의 집회다. 정치적 이유로 어느 대표단의 참가를 거부하는 것은 이 원칙에 대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캐나다」정부가 다른 국제회의에서 자국의 정치적 입장을 내세웠다면 그것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조치이겠으나, 「올림픽」정신의 고양을 위임받은 「올림픽」개최국으로서 스스로 「올림픽」의 원칙에 위배되는 자국의 정치적 입장을 고집한데 비난의 여지가 있다.
더우기 그러한 중대한 방침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두지 않고 대회직전에 공표 했다는 것은 도저히 세련된 조치라고 볼 수 없다.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개최지를 바꿀 수도 있고, 그렇지는 않더라도 보다 합리적인 해결방법이 강구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와 「캐나다」의 야당마저 「캐나다」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캐나다」정부의 태도 못지 않게 석연치 않은 것은 IOC집행위의 태도다. 이런 문제는 제기되더라도 의당 IOC에서 먼저 제기되어 해결책이 강구되어야할 일이지, 개최 국이 제기할 성질이 아니다. 지난 60년의 「로마」대회를 비롯해 64년 동경, 68년「멕시코」, 72년「뮌헨」대회에서도 자유중국의 호칭이 문제되었으나 모두 사전에 IOC회의에서 조정되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IOC가 개최 국의 정치적 입장에 끌려 다니게 되면 「올림픽」의 비 정치성이 어찌 유지될 수 있겠는가.
물론「몬트리올·올림픽」을 취소하지 않고 살리려는 IOC의 고충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값싼 타협으로 정치·인종·종교를 초월한 전세계 체육인들의 대제전으로서의 「올림픽」이 영속될 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근년 들어 두드러진 「올림픽」의 정치색을 탈색해 가는 범세계적 노력이 형성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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