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축구팀 창단, '한강 더비' 열리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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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에 두 번째 프로축구팀이 탄생한다. 재계 서열 50위권의 이랜드그룹이 주체다. 잠실 주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삼는다. 이랜드그룹은 한국 시장은 물론 중국 시장도 염두에 두고 프로축구에 투자했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만나 “서울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을 창단해 2015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프로축구는 승강제를 시작하면서 신생 구단은 반드시 2부리그인 챌린지리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제2의 서울구단은 2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승격 자격을 획득해야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 출전할 수 있다. 내년부터 리그에 뛰어들어 첫해 승격 자격을 얻는다면 2016년부터는 FC서울과 이랜드가 맞대결하는 서울 더비를 볼 수 있다.

 이랜드는 잠실 주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선택해 초기 진입 비용을 크게 줄였다. FC 서울이 자리 잡고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함께 쓰려면 경기장 건설 부담금 75억원을 내야 한다. 이랜드그룹은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먼 잠실주경기장의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라운드 주변에 가변 좌석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야구에 비해 축구가 저평가되고 있어 도리어 투자의 적기였다는 분석도 있다. 이랜드는 각종 혜택을 누리며 서울이라는 매력적인 시장에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다.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이 창단팀에 부과하던 축구발전기금(30억원)을 폐지했다. 또 K리그 가입비도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췄다.

 이랜드그룹은 1980년 잉글랜드라는 상호의 보세 의류 점포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패션·건설·유통 등 여섯 부문의 사업 영역에서 총 25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총 매출 10조원으로 재계 랭킹 59위다. 축구팀 운영 경험도 있다. 92년 실업축구팀 이랜드 푸마를 창단해 98년까지 실업축구리그(내셔널리그의 전신)에 참여했다. 16년 만에 축구계로 복귀하는 셈이다. 2012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LA다저스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스포츠를 지렛대 삼아 그룹 규모와 위상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축구가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글로벌 스포츠이며,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삼는다는 것도 이랜드그룹이 축구단 창단을 재촉한 배경이다. 잠실을 홈으로 삼아 생활 수준이 높은 강남 지역의 팬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축구단 운영이 중국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랜드그룹 연간 매출의 24%(2조4000억원)는 중국 시장에서 나온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연중 열려 축구단을 명문 구단으로 키울 경우 한국은 물론 중국 시장 마케팅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리우펑 신화통신 기자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랜드의 이미지는 매우 좋다”면서 “창단할 축구팀이 중국 국가대표급 선수를 영입해 주축으로 활용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마케팅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경제 논리를 따져 프로팀을 창단한 기업이 나왔다는 게 반갑다. K리그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오는 14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단 선언과 함께 프로축구연맹에 창단의향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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