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료법, 초음파로 손상 부위 자극하고 약침으로 근육통증 줄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안택원 원장이 뇌파진단기기로 환자의 뇌파 수치와 자율신경계를 검사하고 있다. [프리랜서 진수학]

우리나라는 이미 환갑잔치가 무색할 정도로 노령화 사회다. 환갑 때까지 병들지 않고 살았다면 ‘무병장수’의 꿈을 이뤘다던 옛날과 달리 요즘 60세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때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 때문에 ‘유병장수’를 겪을 수 있다. 퇴행성 뇌질환 중 치매에 이어 많이 나타나는 게 파킨슨병이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파킨슨병 치료법을 알아봤다.

# 천안에 사는 오선자(가명·63·여)씨는 3년 전 왼쪽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으로 서울의 한 병원을 찾았다.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았다. 지금 그는 한 종합병원에서 처방한 양약과 대전대 천안한방병원의 처방 약을 함께 복용한다. 떨림이나 경직이 심해지면 천안한방병원에 가서 뇌신경 경락요법을 받으며 증상을 완화시키고 있다.

 # 회사원 박상원(51)씨는 그동안 특별히 아픈 곳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올 초 체중이 30㎏이나 빠진 후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고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한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이상 소견이 없었다. 이후 찾아간 천안한방병원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요즘 그는 약물 복용과 함께 뇌전기 자극 치료, 뇌투과 초음파 자극 치료를 받고 있다.

40~50대 중장년층에도 발병

노인 인구 증가로 각종 노인성 질환 환자 및 진료비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파킨슨병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파킨슨병 환자 수는 9만2797명으로 전년 8만4957명보다 9.2% 증가했다. 진료비는 전년보다 22.4%(2020억원) 늘었다. 앞에서 예를 든 두 환자처럼 파킨슨병은 70~80대 노인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에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점차 없어져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가만히 있을 때 떨림, 근육 경직, 자세 불안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 증상은 중풍이나 경추부 질환(허리나 목 관절 질환), 노환으로 오인할 만큼의 떨림이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힘들다. 주로 관절의 움직임이 어색해 불편하다며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떨림 증상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관절 끝부분이 떨리는 것이다. 선천적인 떨림 증상과는 구분된다. 증상이 진행되면서 근육 긴장도가 높아지고 움직임이 느린 상태가 지속돼 단추를 채우거나 글씨 쓰기 같은 세밀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일상생활에서 세수·화장·목욕·식사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수면장애·통증·피로·후각장애·변비까지 나타나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병이 심해지면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오파민 요법 처방

파킨슨병의 일반적인 치료엔 도파민 요법이 있다. 도파민 작용제,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하는 경우다. 하지만 약물 복용 2~3년 후부터 약의 민감성이 떨어져 복용량이 늘어난다. 좀 더 진행되면 약효가 오래 지속되지 못해 몸이 흔들리는 이상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는 도파민성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다.

 파킨슨병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세포 내에 단백질 축적 및 분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다. 단백질 축적을 막고 분해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면 퇴행성 뇌신경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최근 들어 많은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특히 우리 몸 세포 안에서 잘못 만들어진 단백질이나 역할을 다한 물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 중 ‘자가포식현상(autophagy)’에 연구원들이 기대를 건다.

한의학에서도 치료약 개발 위해 연구

한의학에서도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천안한방병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소재연구센터 연구진은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치료법을 연구하던 중 열다한소탕이 뇌신경세포의 자가포식작용의 활성효과뿐 아니라 도파민 세포를 신경독성으로부터 보호해 도파민 분비량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들어서는 유효물질을 추출해 복용 가능한 약으로 만들어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약물치료뿐 아니라 뇌전기 자극 치료, 뇌투과 초음파를 이용해 손상 부위를 자극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 경직되거나 근육통증을 줄이기 위한 약침치료를 병행해 파킨슨병 환자의 다양한 증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안택원 천안한방병원장은 “최근 연구 성과들은 뇌신경세포 손상을 줄이거나 막는 방법에 접근해 있다”며 “이미 여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줄기세포나 성체세포 이식도 일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어 앞으로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대표되는 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약 개발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닥터 Q&A
숨 차는 운동보다 산책·체조가 효과적

Q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이 있나.

A 특별히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없다. 약물 부작용으로 변비·소화불량 같은 장애가 흔히 생기기 때문에 소화제나 설사제 복용은 피해야 한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소화장애, 우울증으로 인한 체중 감소 같은 변화가 심해질 수 있어 운동이 필요하다. 엘도파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고단백 낙농제품(우유·요구르트·치즈·아이스크림 등), 염분·카페인이 많이 든 음식은 줄이고 야채·과일·두부·콩·땅콩 섭취는 권장한다.

Q 특별한 생활관리법이 있다면.

A 뒷목을 따뜻하게 하면 좋다. 환자의 뇌혈류를 검사해 보면 대부분 뇌 혈관의 혈류 속도가 현저히 저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뒷목을 따뜻하게 하면 혈류 순환에 좋다. 다음으로 손발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자율신경계 부조화, 혈액 순환 문제로 수족 냉증과 말초 혈액순환 장애가 많이 발생한다. 족욕·반신욕으로 혈액 순환을 개선해야 한다. 이 밖에 산책·체조 같은 가벼운 운동을 많이 하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글=강태우 기자 , 도움말=안택원 대전대 천안한방병원장

◆도파민(dopamine)=신경전달물질이다. 동·식물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하나로 뇌신경 세포의 흥분전달 역할을 한다.
◆열다한소탕(熱多寒少湯)=한의학상의 처방으로 태음인(太陰人)의 상한(傷寒), 열은 많고 한은 적음, 설사하거나 속이 메스꺼움, 소변불리, 오림(五淋), 음경이 가렵거나 통증, 두통, 얼굴에 열이 생김, 풍열, 눈병, 인후통, 음경이 부음, 월경부조, 대하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