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상식 Q&A] 연락 끊긴 배우자와 이혼하려면 반드시 법원에 소송 제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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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대 한 여성이 “5년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끊긴 남편 때문에 최근 여러 곳으로부터 빚 독촉을 받고 빌린 돈을 갚으라는 소송까지 당하게 됐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남편이 가출하기 전 아내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금과 부인 이름으로 개설한 휴대전화 요금을 갚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이 여성은 남편이 가출한 지 5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자 자동으로 이혼이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가 황당한 고초를 겪게 된 것이다. 내가 이혼 상담을 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배우자가 가출한 뒤 연락이 두절되면 자동이혼이 되나요” “가출한 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야 자동이혼이 되나요” 등이다. 위의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하면 현행법에 자동이혼 제도가 없다. 즉 가출 배우자의 생사 여부, 가출기간 여부에 상관없이 자동이혼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배우자가 사망해도 자동이혼이 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법이다. 그럼 자동이혼 상담 문의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짐작하건대 현행 민법에 ‘재판상 이혼’ 사유 중 하나로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로 돼 있는 조항을 ‘3년 이상 생사불명 때 자동이혼’으로 오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조항은 3년간 생사를 알 수 없을 경우 재판을 통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지, 자동으로 이혼이 성립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법원에 함께 출석해 협의이혼을 신청하거나 한쪽이 상대방에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는 것 외엔 아무런 방법이 없다. 이혼 제도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경제적 부분만이 아니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양육권 행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민법상 혼인 중인 부모의 경우 친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자녀의 전학이나 비자 발급, 수술 같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부모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미성년 자녀에게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난감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출해 행방을 알 수 없는 배우자에 대한 이혼청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통상적으로 소장에 행방불명인 배우자의 주민등록상 마지막 주소지를 적고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유유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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