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잇몸에서 고름이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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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어느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잇몸이 근질근질 하는데다 불쾌감이 있고 이가 솟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 그래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무심코 손가락으로 잇몸을 눌렀더니 잇몸과 이 사이에서 고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얼마전 필자를 찾아온 K군의 말이다.
잇몸에서 나오는 고름은 이와 잇몸 사이에 치주낭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치주 질환 중에서도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중상의 하나다. 일단 치주낭이 형성되면 만성 염증이 진행, 치주 조직에 변화가 생긴다.
즉 치주낭의 결합 조직이 임파구·형질 세포·백혈구로 가득차 부으며 혈관이 증식·확장·충혈 되어 고름이 생기게 된다.
치주낭 안에는 각종 음식물의 분해 산물과 미생물, 세균에 의한 독성 산물, 호소·타액에서 나온 점액 잔사들과 죽은 백혈구, 세균 등이 꽉 차 있으므로 입 속에서 악취도 나고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게 된다. 또 고름은 음식물의 맛을 잃게 하며 위장 장애를 초래하므로 잇몸에서 피와 고름이 나올 때는 치주낭의 제거 수술을 받도록 해야한다.
일단 형성된 치주낭은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한약을 달여 마신다고 해서 치료가 되지 않으며 몇 차례의 「스켈링」으로도 근치 되지 않는다. 물론 급성 증상인 불쾌감이나 출혈이 잠시 멎을지 모르나 치주 조직 깊은 곳까지 파급된 만성 염증 조직과 잇몸 속 깊이 붙어 있는 치석이나 균 막은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다. 치주낭이 형성된 치은의 절제나 치주 절개 등 기계적 수술을 받도록 해야한다.
치주낭만 완전히 제거되면 괴나 고름은 안나오고 악취도 자연히 없어지게 뒤며 치아도 건강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백승호 <연세대 교수·치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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