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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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지난 상반기 중 미술계에서 두드러진 점이라면 10년 이상 해외에 장기 체류했던 화가들이 많이 돌아와 전시회를 가졌다는 점,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동양화랑이 다소 활기를 띄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림에 대한 일반의 애호 열이 부쩍 높아 졌다는 점을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임=그 사실들은 일견 매우 고무적인 현상인 듯 보이지만 사실 그 나름대로 문젯점을 같고 있다는데 고민이 있읍니다. 장발·김창렬·한묵·이종혁씨 등 재외작가의 전시회만 해도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이뤘던 굉장한「붐」은 그들이 현지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훨씬 상회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재서 일정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화랑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겠지요.
오=지난 몇 년 전부터 미술, 특히 회화의 수집「붐」이 일었지만 전시 첫날 실진 사태를 빚었던 지난봄은 그 극성기를 이뤘던 느낌입니다. 미술이 활기를 띄게 되는 기반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과도기적인 성격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임=그 혜택이 재능 있는 작가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될텐데 몇 안 되는 유명 작가만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니 문젭니다.
화가들에게 주는 상도 너무 대가들에게 편중되어 있읍니다. 공로상이 아닌 노력하는 젊은 작가를 길러주는 상이 제정돼야 합니다.
오=화구상에서 주는 상이긴 하지만 A화학에서 제정한 유년 미술가 상은 많지 않은 민간단체의 미술상으로 그 성과를 주목케 합니다.
임=젊은 작가의 후원은 우리 미술의 앞날이 걸린 일입니다. 상업 화랑에서 인기 있는 중광·대가의 전시회만을 기획하는 만큼, 국립현대미술관·미술회관과 같은 대관료가 싸고 젊은 작가가 발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전시장이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한편 지난 연초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위적인 작품들에 전시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은 놀랍고도 염려스러운 일이었읍니다. 전위예술을 퇴폐로 일축한다는 것은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한국 현대동양화 대전 등 활발했던「그룹」전은 그런 대로 침체된 동양화공에 활기를 북돋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동양화가 전통의 답습이 아닌 현대 속에 살아있는 그림이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임=지난봄의 화젯거리로는「프랑스」인상파전도 꼽을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러나 전시장에 가보고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그 그림들은 정확하게 말해서 인상주의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읍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일반의 문화교양을 넓혀 줄 전시회도 가능하리라고 생각됩니다만….
오=전위미술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침체를 계속한 채로 지난「시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읍니다. 반면 젊은 여류들의 전시회가 비교적 알찬 편이었읍니다. 홍정혜 방혜자 송수련 심경자 이자경씨 등이 그런 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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