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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나」주재 미국대사「셜리·템플·블랙」여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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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프리카」의 서남해안「가나」의「아크라」시민들은「셜리·템플·블랙」을 아느냐고 물으니 모두들 고개를 옆으로 젓는다.
1930년대와 40년대「스크린」의「꼬마 연인」으로 불리어졌던「셜리·템플」이 지금은 미국의「가나」주재 대사로「아크라」에 와있다.
『아, 미국대사요? 그 예쁘게 생긴 여자대사, TV에서 봤지요. 옛날에 배우였다고 하던데요』-.
길에서 만난 대학생은「셜리·템플」이란 이름은 몰라도「여자대사」라면 금방 안다. 때로는「가나」민속의상을 입고 TV에 나오기 때문에 널리 얼굴이 알려져 있다.

<명랑한 아주머니 인상>
인구 80만명의 조그만 해변도시. 온통 나무로 뒤덮인「아크라」시의 한복판「로·앤드·리베리아」가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미국대사관 입구 벽에는「포드」대통령과「셜리·템플·블랙」대사의 사진이 같은 크기로 나란히 걸려 있다.
그녀는「할리우드」의 대「스타」였다는 생각을 전혀 가질 수 없도록 평범한 차림과 후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조기가 꽂혀 있는 대사 집무실「소파」에 앉은 그녀는 대사라기보다는 미국의 어느 동네에서「클럽」활동을 열심히 하는 명랑한 이웃 아주머니 같은 인상을 준다.
그녀의 말솜씨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간단하다.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는, 그것도 한 마디로 짧게 끊는 말솜씨는 재치가 반짝인다.
-왜 대사가 됐습니까?
『「포드」대통령이 임명을 했기 때문에….』
-훌륭한 외교관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무지무지하게 많이 먹을 수 있는 튼튼한 위장을 가져야죠.』 앞으로 꼭 이루었으면 하는 일이라도 있읍니까?
『네, 세계평화죠.』
-이렇게 대사로 나오니까 남편이 싫어하지 않습니까?
『미안해요, 그는 너무너무 좋아하는 걸요.』
-여성이 변함없이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나이에 솔직하게 하는 것뿐입니다. 올해 48세. 자그마한 키에 약간 살이 쪄서 동그란 인상의 혈색 좋은 얼굴이다. 『세살 때부터 영화에 출연했으니까 꼭 45년 동안 일을 해온 셈입니다. 언제나 내 자신에 충실하게 살아 왔어요.』
3살 때 기저귀를 찬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한 서부영화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21세로 은퇴하기까지 약 4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어린이 배우로서 내가 춤추고 노래하고 재롱을 부렸던 영화출연은 지금까지 나의 젊은 시절의 귀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결코 다시는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는「블랙」대사는『대사로서의 오늘의 생활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리건·머피 도움, 정계에>
20세기「폭스」사의 재롱동이「셜리·템폴」이 정계로 나오기까지는 그 동안 그녀와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전직 배우「머피」상원의원과「리건」전「캘리포니아」주지사가 뒤에서 힘을 쏟아 줬다는 것. 「머피」는『미스·브로드웨이』에서, 그리고「리건」은『헤이건·걸』에서「셜리·템플」의 상대역을 맡았던「스크린」의 동료들.
1967년「캘리포니아」의「샌마테오」지구 하원 보궐선거에서 11명의 남자후보들 틈에 끼여 출마했던 그녀는『하도 오랫동안「카메라」앞에 서지 않았었기 때문에 TV선거연설에서 그만 점수를 잃었다』고 그 당시 낙선의 이유를 댔다.
왕년의「스타」라는 이름 때문에 그녀는 미국 공화당의 선거자금모금에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었고「닉슨」의 대통령 선거전 때도 1백만「달러」모금「파티」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그후 미국의「유엔」대표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나는 국제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앞으로도 평생 국제관계에 대한 일을 하고싶어요.』
남편「찰즈·올던·블랙」씨(46)는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사업가로「캘리포니아」의「암펙스」회사 부사장.
『대사의 남편은 당연히 대사를 따라 임지로 와서 살아야죠…』 대사 아내를 따라「아크라」의 공관에 살고 있는「블랙」씨는 자신의 사업을 할 수 없는 처지지만 그녀는『나는 참으로 운이 좋아요. 나를 이해해주는 좋은 남편을 만났고 또 아이들이 잘 자라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라고 고마워한다.

<남편의 이해에 감사>
첫 결혼에 실패한 그녀는 25년 전「블랙」씨와 재혼, 지금까지 한번도 큰소리로 싸워본 적이 없는『보기 드문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맏딸「수전」양은 작년에「아크라」주재「이탈리아」대사의 아들과 결혼하여 또 한번 화제에 오르기도 했는데 현재「아크라」에서 살고 있다.
24살 된 아들은 미국에서 외교관 공부를 하고 있으며 21살 된 막내딸은「아크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블랙」대사는 마침「키신저」국무장관의 방문준비 때문에(뒤에「키신저」는「가나」정부 측의 사정으로 방문을 취소했기 때문에「블랙」대사가 곤경에 빠졌지만)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바쁜 대사로 있는데도 우리 남편은 오히려 좀더 오래하라고 격려해주고 있어요.』 「셜리·템플·블랙」대사는 앞으로도 계속 공직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크라=윤호미·장홍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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