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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심의위의 개혁안 답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7년에 시행할 것을 전제로 다듬어지고 있던 세제개혁안이 16일 조세제도 심의위의 답신서형식으로 일단 매듭 지어졌다.
재무부가 이 답신서를 어느 정도 세제개혁에 반영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개혁안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만한 시도를 엿보이고 있다.
우선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함으로써 현재의 간접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고 한 것은 대담한 시도다. 그 동안 부가가치세제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으므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겠으나, 그 단점으로 제기된 물가자극요인과 기장문제의 여파 등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 부가가치세율에 있어 상하 10% 정도의 행정적 조정권을 주는 문제는 조세법정주의와 관련해서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본세율을 어느 선으로 잡느냐에 따라서 상하 10%는 어쩌면『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상하10%가 세율에 대한 10%냐, 아니면 기본세율 외에 10%를 가감할 수 있는 것이냐도 분명히 해야 한다.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부가가치세제는 결국 행정세율로 전환되는 것이 아닐지 염려되는 바 없지 않다.
다음으로 관세율 조정을 세제개혁 안에 포함시킨 것은 세제를 심의하는 자세에 있어서의 하나의 전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관세정책의 목적이 재정적인 것이냐, 아니면 산업적인 것이냐가 확실히 구분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품목별 세율조정을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완결시킬 수 있겠느냐에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관세에 관한 한 일반적인 원칙은 큰 뜻이 없는 것이므로, 품목별 세율책정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이면서 산업정책의 장래와도 부합되도록 더 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조세감면제도의 개선을 위해 투자 우선 순위에 따라서 외자업체에 대한 차등 감면제를 실시한다든지 대상법인을 재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조세감면정책은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없어져야 한다는 시야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원대한 계획이 전제되어야 하겠음을 강조한다.
또 업체의 관심사라 할 지상 배당세를 완화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의 내부축적을 조장하고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취지에서 옳은 것이다. 그러나 무상주배상세율을 올리는 문제는 자본시장 육성과 관련해서 시기상조가 아닐까.
물론 무상주배당은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임으로 원칙적으로는 중과되는 것이 옳으나, 보편적인 물가상승기에 이루어지는 무상주는 엄밀하게 말해서 자본이득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실질가치의 증식이 없는데, 세금만 문다는 측면은 구제되는 것이 자본 건전 육성과 관련해서 필요하다.
한편 소득세제에 있어서 저소득층 및 중산층 보호를 위해 세율구조를 조정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매우 적절한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누진계단이 발표되지 않은 지금, 그러한 방침이 명목적인 것이냐, 아니면 실질적인 것이냐를 판별할 수는 없다. 종전의 세제개혁에서는 흔히 생색은 크게 내고서도 내실은 보잘 것 없는 것이 저소득층·중산층 보호세율이었다. 따라서 이번만은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보호의 효과가 나도록 영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그러나 인구억제를 위해서 인적공제를 2인으로 제한하는 문제는 차원을 달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세금으로 인구를 조절해 보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색할 뿐만 아니라, 가구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어 새로 태어난 생명을 잘 보살피자는 인적공제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 자녀수가 많을수록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부모의 태도여하 때문에 새로 태어나는 생명이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원칙문제에 비추어서도 인구억제의 명분을 세제에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앞으로 세제개혁안을 확정시키는데 있어 문제시되는 요소들을 하나 하나 충분히 다듬어 완벽한 세제개혁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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