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도심에 웃음꽃 피운 부부 교통정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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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시내 운전사들은 「스마일」교통 정리원에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환하게 웃는다. 「스마일」교통정리원은 아침 저녁으로 시내에 나와 교통정리를 하고있는 박경득씨(35)와 박씨의부인 임옥희씨(34)부부.
이들 부부는 교통정리를 하면서 항상 웃음을 머금고 운전사나 시민들에게 밖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이들은 부부가 함께 한곳에서 교통정리를 할때가 많아 「아베크」교통정리원이라고 불린다. 박씨부부가 교통정리에 나서는 시간은 「러쉬아워」인 상오7시에서 9시, 하오 5시에서 7시까지 두차례.
아침에는 동래구거제동산업도로 입구 삼거리서 교통정리를 하고 퇴근시간 무렵에는 중구중앙동부산시경앞 네거리서한다.
매일 이시간에 이두곳을 지나는 운전사나 시민들은 박씨부부의 유연하면서도 절도있는 수신호와 몸짓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신문을 팔아 월수 8만여원으로 생계를 잇고있는 박씨부부가 교통정리에 나선것은 74년10월부터 1년8개월째다.
박씨는 거리에서 신문을 팔면서 비교적 시간여유가 있어 교통정리에 나서기로 한것이라면서 교통정리 솜씨는 군대에서 익혔다고 했다. 『날로 복잡해져가는 거리의 교통질서를 바로잡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됐으면 더바랄것이 없다』는 박씨의 말이다. 육군헌병출신의 박씨는 군복무때는 서울의 육군본부앞에서 교통정리를 할만큼 솜씨가 뛰어났던 사람. 박씨는 68년 군에서 제대, 고향인경북군계와 대구에서 조그마한 사업에 손을댔다가 경험부족으로 실패, 74년8월 부산으로 내려왔다. 부산의 모회사에 취직이 됐으나 벌이가 신통치 않아 이내 그만두고 신문팔이로 생계를 꾸리면서부터 틈을 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박씨는 부인에게도 교통정리기술을 익혀주고 함께 교통정리에 나섰다.
박씨부부는 올·가을이면 교통이 혼잡한 금강공원입구에서, 여름이면 피서객이 몰리는 해운대해수욕장입구로 자리를옮겨 교통정리를 하기도한다.
작년11월 20명의 동래지구 모범운전사부인들이 박씨부부의 제의로 동래모범부인회를 조직, 매주월·토요일 아침이면 거제동삼거리에 박씨부부와 함께 교통정리를한다. 부인회선 1일다방을 경영, 수익금으로 선물을 마련,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운전사가족들을 찾아 위로하기도 한다.
박씨부부는 『운전사나 승객들이 웃음으로 답해줄때면 피로를 잊게된다』고 말하고 있다. 부인임씨는 『조금이라도 사회에 보탬이되는 일을하고 싶을뿐』이라며 겸손해한다. 부부사이엔 코흘리개 두아들이있다고. <부산=김상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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