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번사 위선 정식으로 통과|"학계의 비판을 받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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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제출한 박사학위논문이 대학당국의 최종심사과정에서 통과되지 않자 『내 학위를 내놓으라』며 6년 간에 걸쳐 법정투쟁을 벌였던 노학자의 집념이 드디어 승리했다.
대법원 특별 부는 9일 전 경기고교장 김종무씨(69)가 서울대학교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처분취소청구소송 상고심선고공판에서 피고서울대 측의 상고를『이유 없다』고 기각, 『서울대학교는 김씨의 문학박사학위신청을 기각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서울대대학원위원회가 박사학위수여에 관한 독립기관이라고는 하지만 교육법시행령과 대학원학위수여규정이 정한 고사와 논문심사를 통과한 원고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박사학위수여를 부결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해방 후 서울대문리대교수직을 비롯, 경기·경복고교장 등 45년 간 교직에 종사해온 김씨는 자신의 교직생활을 매듭짓고 학문적 탐구 도를 결산하기 위해69년 서울대에 『복합의문사고-고전의 올바른 해석을 위하여』란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했었다.
이 논문은 그가 경성제대사학과를 갓나와(23세 때)교단에 선이래 필생의 연구과제를 집성한 것. 김씨의 이 논문은 차상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5명의 심사위원회에서 4명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으나 최종적으로 학위통과여부를 결정하는 서울대대학원위원의회는▲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정실에 흘렀고 ▲위원회의 논문수정 지시에도 불응하는 김씨의 학자적 자세가 의심스럽고 ▲김씨가 외국어(영어·한문)구술고사에서 심사위원 1명으로부터 O점을 받아 과락을 했으며 ▲나머지4명이 80∼90점을 주어 평균67점으로 학위수여 규정19조 (평균60점 이상)에는 저촉되지 않으나 서울대의 내규(60점 이상)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학위수여를 부결했었다.
이에 김씨는▲자신의 연구가 학문적으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미개척분야를 다룬 것이고 ▲서울대의내규를 인정할 수 없고 ▲위원회의 결정이 교육법시행령과 대학원학위수여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 맞섰었다.
대법원의 판결응고를 받은 김씨는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대학 측의 속죄를 바라며 제출된 논문에 대해 학계의 엄정한 비판을 받고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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