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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vs 클린턴 가문 24년 만에 리턴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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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의 정치 명문 부시가와 클린턴가의 대선 재대결이 성사될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67·민주당) 전 국무장관의 2016년 미 대선 출마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젭 부시(61·공화당)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올해 안에 대권 도전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미 폭스TV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젭 부시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바로 아래 동생이다. 그가 대권 도전에 뛰어들 경우 24년 만에 두 가문이 다시 격돌할 것이 유력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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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가의 첫 대결은 조지 HW 부시와 빌 클린턴이 경쟁한 1992년이었다. 당시 아버지 부시는 40대의 패기를 앞세운 빌 클린턴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클린턴이 8년의 재임기간을 마친 뒤 백악관은 다시 아들 부시의 차지가 됐다. 만약 젭 부시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3부자(父子)가 대통령직에 오르는 기록을 쓰게 된다.

 공화당 내 일각에선 젭 부시를 대권 후보로 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젭은 공화당 내 전통적 지지기반, 개혁 성향의 정책, 히스패닉계의 지원 등 세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젭 부시는 주지사 시절 진보적인 교육·이민 정책을 펼쳐 많은 인기를 끌었다. 또 부인이 히스패닉계이고 스페인어에 능통하다는 것도 그에겐 큰 힘이다. 그는 대학 때 멕시코 농촌 봉사활동 중 만난 현지인과 결혼했다.

 하지만 젭 부시가 대선가도에 나서기까지는 걸림돌도 있다. 그는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가족의 허락”을 꼽았다.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의 반대를 의식한 것이다. 젭 부시는 또 다른 과제를 “정치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줄 수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소속당인 공화당의 당론과 적지 않게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이민법 개정에 찬성한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젭 부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난제를 ‘부시 피로감’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형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젭 부시보다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힐러리는 이미 민주당 내에서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 1기 때 국무장관으로 폭넓은 경험을 쌓은 힐러리는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지난달 말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며 힐러리의 가장 큰 장점은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라는 기대다. 그가 ‘유리천장’을 깨겠다고 나선다면 인기몰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이 약점 중 하나다. 힐러리가 대선에 승리할 경우 그는 70세에 대통령이 된다.

 힐러리는 대권 꿈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달 애리조나대학 강연회에서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은 당신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나갈 방향을 깊게 생각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젭과 힐러리 두 사람은 최근 1년 새 세 번이나 만났다. 지난달 24일에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어빙시에서 열린 교육개혁 관련 회의에 나란히 참석했다. 힐러리는 당시 “교육 개혁 등에서 보여준 부시 전 주지사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한다”며 잠재적 경쟁자를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대권 도전을 발표한 후에는 정책대결을 벌이는 것은 물론 개인 스캔들까지 파헤치며 난타전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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