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다리|서기원 작품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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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에 있어서 소설의 역기능적 요소를 자기소설의 주 기능으로 삼고 있는 것이 서기원 소설의 특징이다. 그 특징이 작품에서는 관점의 도치로서 나타난다.
소설 좀 읽는데 독자로서 갖춰야 할 자격이 뭐 별나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서기원 소설의 경우. 그 역설적 관점 때문에 상당한 수준 독자에게도 섬세한 주의력과 팽팽한 긴장을 요구한다.
쉽고 재미있게 익힌다고 해서 멍청하게 그냥 따라가 보면 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존재양식, 인간으로서의 존재양식에 대한 극심한 가치혼란을 일으키게 되며 모욕감을 느끼게 되며 그 불쾌한 장소까지 우리를 데려다 놓고선 아무 대책도 일러주지 않은 채 등을 돌려버리는 작가의 무표정에 당황하게 된다.
지방농민을 경계하는 도시의 중산층, 사상 때문이 아니라 보신하기 위해 배 교하고 교우들을 고문하는 남인 파 목사, 애국인줄 알고 매국하는 총리대신을 돈 때문에 보좌하는 가난한 지식인, 부정하는 공무원, 식민을 이웃으로 가진 상류층 등 한국소설의 대부분이 대립의 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바로 그쪽에서 그들의 고뇌와 공모와 행동양식을 마치 변호하듯 작가는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독자가 받는 충격과 혼란은 당연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바야흐로 만연해 가고 있는 우리 의식의 배 교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생각해 보는데 서기원 소설의 역설적 관점은 소설적 방법으로서 매우 훌륭하다는 것이다.
김승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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