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비버에 한글 타투' 20대 한인 청년 유명세

미주중앙

입력

타투 예술가 조승현(오른쪽)씨가 유명가수 저스틴 비버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저스틴 비버 SNS]
사진은 조씨가 비버에게 그려준 타투. 하회탈 그림과 한글로 `비버`라고 새겨져 있다. [저스틴 비버 SNS]

처음엔 안 믿었다. 타투로 의사보다 돈을 더 번다니….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문신을 새겨서 "의사나 변호사보다 더 많게 혹은 비슷한 수입을 거두고 있다"는 그의 말에 공감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이력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타투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승현(26)씨 얘기다. 그는 지난달 한 유명 팝스타의 소셜네트워크(SNS)에 게시된 사진 한 장 때문에 유명세를 치렀다. 미국의 아이돌 스타 저스틴 비버에게 한글과 하회탈 타투를 새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비버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비버'라고 새긴 타투를 공개했다. '비버' 위에는 하회탈도 있었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미국은 물론 한국 언론들은 앞다둬 사진과 함께 비버의 한글 타투 소식을 전했고, 그 한글 타투 작업을 한 한인 타투예술가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한동안 "저스틴 비버 한글 타투 주인공 조승현은 누구"라는 제목의 뉴스가 한국의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그는 "타투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의미 있는 말이라…과연 그에겐 타투란 어떤 의미일까. '타투'라는 말은 문신의 영어 표기다. 문신의 사전적 의미는 도료나 착색제를 이용해 몸에 그림이나 문자, 표식 등을 새기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조씨는 타투를 "단지 무언가를 새긴다기보다 내가 느끼고 당신이 느끼는 것을 몸에 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가수가 단지 가사만 보고 노래를 부르지 않듯이 타투도 여러 감정을 실어 작업을 한다"며 "한 번 시술하면 돌이키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시술 받는 분들도 많은 고통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고통 후엔 단지 내가 멋있고 유행하는 타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아닌, 그 과정을 거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도 했다.

조씨가 타투 예술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부터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2009년쯤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부모에게 독립을 선언했고, 여러 지인들의 조언을 받아 타투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1년6개월 동안 문하생 생활을 거친 뒤 본격적인 타투 예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2년 전 캐나다로 이민 온 뒤 현재 토론토 친구의 타투 숍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캐나다 서부 캘거리에서 열린 '2013 캘거리 타투쇼(Calgary Tattoo Show)'에 출전해 1등을 차지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탄탄한 팬과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의사보다 돈 더 번다는 그의 말이 허풍은 아닌 듯하다.

저스틴 비버와는 어떤 인연으로 한글 타투를 하게 됐을까.

"비버가 평소 즐겨 쇼핑을 하는 한 숍의 주인이 나의 친구인데, 그 친구 소개로 알게 됐죠. 당시엔 비버가 한국에서 투어를 한 뒤였고, 그 때까지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 나와 한국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던 중 비버가 '너도 한국인이니 기념으로 (타투를) 남기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해서 한글로 된 이름과 하회탈을 새기게 됐죠."

조씨는 "(타투)아티스트들이 존중 받고 더 좋은 아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북미나 유럽 지역에선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이 존중 받으며 멋진 아트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도 하루빨리 좋은 환경이 조성돼 타투라는 것이 더욱 더 대중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타투 샘플 사진이 게시돼 있는 조씨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실사처럼 그린 동물 그림이 많다. 그는 이러한 사실묘사에 초점을 둔 '리얼리즘'을 선호하고 있다.

신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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