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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호세·우즈 부럽지 않다, 야구판 휘젓는 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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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과거 프로야구 외국인 타자는 슬러거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올 시즌은 팀 사정에 따라 다른 유형의 선수를 뽑고 있다. 피에(한화·왼쪽부터), 조쉬 벨(LG), 나바로(삼성)는 전형적인 거포가 아니지만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전=정시종, 김해=김민규, 대구=양광삼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타자의 등장이다. 지난해와 재작년 각 구단은 2명(신생구단 NC는 3명)씩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채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팀마다 한 명씩 더 뽑을 수 있게 했다. 단 포지션이 동일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각 팀에 1명씩 외국인 타자가 생겼다. 하지만 홈런을 펑펑 쏘아대는 슬러거 일색이라고 짐작하면 곤란하다. 외국인 타자 개성시대다.

 LG 4번 타자 조쉬 벨(28)은 5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리며 시범경기에서의 1할대 부진을 씻어냈다. 스위치히터인 그는 1일 잠실 SK전에서 역대 다섯 번째로 왼쪽과 오른쪽 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뽑아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사실 LG는 벨에게 타격보다 수비를 더 많이 기대했다. 벨을 영입하면서 3루를 맡기고, 정성훈을 1루수로 전향시켰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정성훈은 5경기에서 18타수 9안타(0.500)를 기록했다. 벨도 공격은 물론 내야 수비 안정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홈런 꼴찌다. 그런데도 ‘한 방’을 쳐줄 수 있는 선수 대신 호타준족인 펠릭스 피에(29)를 데려왔다. 피에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38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홈런은 8개뿐이었다. 역발상이 적중했다. 지난해 FA로 나란히 영입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 정근우가 1, 2번을 맡고 피에가 3번을 치면서 개성이 뚜렷한 타선이 완성됐다. 팀 도루 꼴찌였던 한화에 ‘스피드’란 무기가 생겼다.

 현역 때 유격수로 명성을 날렸던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전천후 내야수 야마이코 나바로(27)를 낙점했다. 조동찬·강명구·정병곤 등 내야수들의 줄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삼성에 2루·3루·유격수를 모두 맡을 수 있는 나바로의 가세는 천군만마 같다. 주로 2루수로 나서고 있지만 지난 2일 경기에서는 유격수로도 뛰었다. 타격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타율은 2할대지만 장타력이 있다. ‘강한 2번타자’를 선호하는 류 감독은 나바로에게 2번을 맡기고 있다.

 넥센은 박병호·강정호·김민성 등 강타자가 많다. 그래서 타격보다는 수비와 주루에 무게를 두고 비니 로티노(34)를 선발했다. 주로 하위 타선에 배치되는 로티노는 한 경기에서 내야수·외야수·포수는 물론 투수로도 1이닝을 던진 경력이 있다. 염경엽 감독도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로티노에게 포수 훈련을 조금씩 시켰다. 경기 막판 대타나 대주자를 써서 포수를 볼 선수가 없을 때 마스크를 씌울 방침이다.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한화에서 뛰었던 내야수 엔젤 페냐가 2004년 포수로 1경기에 투입된 적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 타자 선발의 첫 번째 기준은 ‘방망이’다. SK 루크 스캇(36)과 두산 호르헤 칸투(32)가 대표적이다. 스캇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에서 뛴 왼손타자다. 9년간 통산 135개의 홈런을 때렸 다. 두산 4번타자 칸투의 경력도 화려하다. 메이저리그에서 8년 동안 104개의 홈런을 쳤다. 지난달 29일 LG와의 잠실 개막전에서 시원한 역전 3점포를 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등 인성도 합격점이다. 스캇과 칸투는 4일까지 나란히 홈런 2개씩 쳤다.

 지난해 장타력 부족으로 고민했던 롯데는 최중량 선수인 루이스 히메네스(32)를 찍었다. 프로필 공식 몸무게 127㎏이다. 이대호에 버금가는 체구다. 롯데 히메네스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범경기 8타수 1안타에 그쳤으나 한 개의 안타가 홈런이었다. KIA 브렛 필(30)과 NC 에릭 테임즈(28)는 경력은 밀리지만 초반 행보는 가볍다. 필은 4경기에서 3개의 홈런포를 쏴올렸고, 테임즈도 빠른 배트 스피드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외국인 타자의 가세로 프로야구는 좀 더 풍성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일까지 열린 23경기에서 47개의 홈런이 나왔다. 그중 14개(30%)를 외국인 선수가 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24경기) 25개가 나왔던 걸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홈런이 늘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외국인 타자들이 들어오니 야구가 더 재밌어졌다. 일본(무제한 보유, 1군 4명 출전)처럼 점차 숫자를 늘려서 야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 울산 문수구장 개막전 승리=한편 롯데는 4일 제2구장인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다. 울산에서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는 1만2038명의 만원 관중 앞에서 삼성을 4-2로 이겼다. 옥스프링은 6이닝 3피안타·무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가장 늦게 홈 개막전을 치른 NC는 넥센을 5-1로 이겼다. NC는 3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SK는 선발 김광현의 7이닝 2피안타·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한화를 13-4로 꺾었다. KIA는 잠실 경기에서 두산을 6-0으로 눌렀다.

브룸바·페타지니 … 다음은?

우즈(左), 호세(右)

우즈, 호세, 데이비스, 브룸바, 페타지니….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최고의 외국인타자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이들은 장타력을 앞세워 중심타순인 3·4·5번을 맡았던 슬러거라는 공통점이 있다.

 ‘흑곰’ 우즈(OB)는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된 첫해인 1998년 1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42개)을 세우며 홈런왕에 올랐다. 외국인선수 최초로 MVP에 오른 우즈는 5년간 174개의 홈런을 쳤다. 1999년 롯데에 입단한 호세는 36개의 홈런을 쳤고,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역전 결승 홈런을 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7차전에서 관중석에 방망이를 던져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01년에는 5할이 넘는 출루율(0.503)을 기록했다.

 한화 데이비스는 이들 중 유일하게 호타준족형 선수다. 1999년 30홈런-35도루를 기록하며 한화의 첫 우승에 공헌했다.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해 7년이나 뛰는 꾸준함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와 히어로즈의 중심타자였던 브룸바는 5년간 타율 0.299·116홈런 ·390타점을 기록했다.

김효경 기자

◆ 4일 전적

▶한화 4-13 SK ▶KIA 6-0 두산

▶삼성 2 - 4 롯데 ▶넥센 1 - 5 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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