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는 「본」의 고성·「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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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근자 서독주재 중동 산유국 및 공산권 대사관들이 앞을 다투어 「본」시 근교의 유서 깊은 고성이나 「호텔」등을 사들이고 있어 화제를 뿌리고있다.
인구 13만명의 「카타르」토후국(동「아라비아」반도 위치)은 「본」에 상주하는 2명의 외교관을 위해 최근 10억원 상당의 화려한 별장을 구입했다. 「본」 교외 「메렘」에서 지금까지 영화촬영소로 이용되었던 이 건물은 뛰어나게 아름다운 2ha의 정원이 달려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바트·고데스베르크」에 있는 고아한 「아레나·호텔」을 8억원에 사들일 예정이다.
그런데 이 「호텔」의 유서 깊은 포도주 목로주점을 보존하려는 시 당국과 술집이 회교율법에 어긋난다 하여 없애버릴 계획인 대사관측 사이의 이견이 약간의 문제점을 던져 주고 있는 실점이다.
또 「이란」 대사관은 「본」 교외에 막 신축된 치과의사협회 건물을 20억 원에 구입, 대사관 직원 25명의 주택으로 개축해 버렸다. 이밖에도 「이란」 왕은 대사관 신축을 위해 1만 1천평방m의 대 별장지를 물색하라고 훈령해 왔다고 대사관의 한 직원이 말했다.
한 「호텔」에 임시로 사무실을 빌어 쓰고 있는 중공 대사관도 현재 시가 6억 내지 8억 원을 홋가하는 공원부지 1·5ha의 대지구입을 노리고 있지만 쉽게 계약체결이 되지 않은 이유로는 중공 측이 공원 속에 있는 작은 성 하나를 헐어버리려고 하는데 비해 시 당국이 그 성을 기념물로 보존해야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에 중공 측이 주저하고 있다고.
소련 대사관도 근래 새 공관을 가졌다. 소련 대사관은 수주 전 초대 서독 대통령 관저였던 「빅토르세」로 이사했는데 처음에는 구 건물을 모두 철거해 버리려고 했으나 시 당국의 보존 요청을 받아들여 그 옆에 54명의 외교관들을 위한 실내체육관과 수영장 등의 시설을 갖춘 신 건물을 완성시켰다. 「폴란드」 대사관도 「베누스브루크」 풍경 보호지역 안에 38ha의 부지를 마련하고 있고 「체코」 역시 「본」 외곽에 대지를 확보했다는 소식이다.
이들 신축 대사관저의 규모에 비해 훨씬 작은 대사관을 갖게 된 영국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산유국의 토후들과 공산당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되었다.』고 자조했다.
한편 이들 국가들의 이상스런 부동산 투기열로 「라인」강변의 지가는 치솟은 고성만큼이나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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