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련」발족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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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 조총련 노선의 반대자로 구성된 「재일 조선인 민주화촉진연맹」, 즉 「조민련」이 지난 21일 그들의 조직과 활동을 드러냈다. 작년 1월초 비밀리에 조직을 결성한지 1년 4개월만의 일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조민련 조직은 공개된 표면조직과 조총련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비밀조직으로 이원화되어 있으며 구성원이 2천여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7·4 성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조민련은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온 민족이 사상·신앙·소속단체를 불문하고 다같이 손을 잡자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과의 대화를 촉진하고 김일성의 신격화 및 김정일로의 봉건적 세습을 저지해야한다는 것이 조민련 간부들의 주장이다.
그들의 각성이 비록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북괴와 조총련의 선전에 놀아나던 조총련 사회에 사실을 정확히 알려는 기운이 일고있다는 증좌이겠기 때문이다.
남·북한관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일방적인 선전에 놀아나 사실에 눈을 감다보면 벗어나기 힘든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지금의 조총련 조직은 이러한 편견 위에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을 알아야겠다는 자각은 미망을 벗어나는 제일보가 된다.
7·4 성명의 정신을 성실하게 살리려다보니, 조총련의 모순과 왜곡이 한층 뚜렷하게 자각되었다는 이들의 발족취지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조민련」이 그 움직임을 공식화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북송가족들의 참담한 생활, 모국 방문 성묘단의 연이은 한국방문으로 인한 북괴선전의 기만성 확인 등으로 이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된데 있다 하겠다.
지난 5년간 조총련의 억압과 부당한 노선에 견디다 못해 조총련을 이탈한 사람이 3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에는 조총련이 운영하는 조선대학 출신자의 60%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총련이 핵심간부로 양성한 조선대학 출신의 지식인들이 많이 이탈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조총련 내부의 모순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알 수 있지 아니한가.
사실 봉건적인 김일성 가문의 권력세습 획책은 공산진영 내부에서도 빈축을 사고있다. 이 같은 봉건적 세습을 합리화하기 위한 북괴의 이른바 유일사상 체제라고 하는 것은 어떤 사상체계라기보다는 김일성의 명령이라면 피치자들은 무조건 맹종하도록 하는 정신적 억압도구에 불과하다.
이러한 시대착오적 북괴체제에 대해 자유사회인 일본에서 생활하는 재일 동포들이 회의를 갖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리어 부자연스럽다.
뒤늦게나마 북괴와 조총련의 모순을 자각한 조민련에 이들의 모순을 깨우치는 각성제의 역할을 기대하고 싶다. 조총련계 동포들의 모국방문이 확대됨에 따라 조민련의 이러한 역할은 더욱 가속화하리라고 믿는다.
조민련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조총련 이탈세력이라는 것일 뿐 구체적 노선이나 행동강령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들은 부산서 신의주까지 38선 분쇄 평화통일 도보 대 행진을 조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공여부는 고사하고 이러한 계획을 우리가 못 받아들일 이유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북괴노선에서 이탈한 이들의 계획을 북괴가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나 이것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민련의 활동이 재일 교포사회에 남북한의 현실과 어느 쪽이 조국의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바론 인식을 심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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