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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30대 형님들 젊은 LG를 뒤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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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함지훈

4쿼터 종료 1분30초 전. 75-72로 모비스가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LG 신인 센터 김종규(23·2m7㎝)가 패기 있게 덩크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슛을 로드 벤슨(30·2m8㎝)이 높이 솟구쳐 가로막아 버렸다. 이 블록슛으로 우승 확률 70.6%가 걸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부는 모비스의 승리로 끝났다.

 모비스가 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LG를 77-74로 꺾었다. 역대 챔프전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우승할 확률은 70.6%(17차례 중 12차례)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유재학(51) 모비스 감독은 경기 전 “지난해와 느낌은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운 좋게 잘 풀렸을 뿐이고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LG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정규리그에서 LG와 3승3패로 접전을 펼쳤던 걸 떠올린 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LG가 분위기를 타면 어떤 승부가 날지 감 잡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모비스는 역시 우승 후보다웠다. 모비스는 1쿼터부터 조직적인 ‘벌떼 농구’로 LG를 몰아붙였다. 유 감독은 1쿼터에 선수 8명을 투입했고, 이 중 7명이 득점을 기록했다. 모비스의 강한 압박에 LG는 1쿼터에 무려 8개의 실책을 범했다.

1쿼터에 LG에 14점 차까지 앞선 모비스는 로드 벤슨, 함지훈(30·1m98㎝), 문태영(36·1m94㎝) 등 빅맨들을 앞세워 2쿼터에도 줄곧 리드했다. 하지만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LG는 3쿼터 들어 무섭게 치고 올라섰다. 주 득점원인 센터 데이본 제퍼슨(28·1m98㎝)이 3쿼터 중반에 연속 8점을 몰아넣으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LG의 창단 첫 우승을 기대하는 5097명의 창원 홈 팬은 “무적 LG”를 외치며 크게 환호했다.

 그러나 베테랑들이 많은 모비스는 역시 경험을 앞세워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어려운 순간에 경기를 해결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모비스는 4쿼터 중반 반칙 4개로 파울 트러블에 걸린 상대 센터 김종규를 집중 공략했다. 여기서 생긴 틈을 이용해 함지훈, 양동근(33·1m81㎝)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문태영이 4쿼터 2분여를 남겨 놓고 골밑슛을 성공시켜 73-72로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승부가 뒤집히면서 LG 선수들은 다급해졌다. 모비스는 함지훈이 또다시 미들슛을 성공시켜 75-72로 점수 차를 벌렸다. 경기 막판 기세가 넘어가자 LG 선수들은 무리한 슛을 연발했고 로드 벤슨의 무시무시한 블록에 연거푸 가로막혔다. 모비스는 벤슨이 15점·13리바운드로 ‘더블 더블’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문태영이 20점, 함지훈이 18점을 몰아넣으며 주력 선수들이 고른 득점을 올렸다.

 유 감독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마지막 승부처에서 잘 해결되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고 1차전을 평가했다. LG는 제퍼슨이 27점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김종규가 9점에 묶인 게 뼈아팠다. 두 팀의 2차전은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창원=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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