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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내가 남긴 밥까지 싹싹 비우던 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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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자신의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서전을 펴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58)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가 국정경험과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백용호의 반전』(김영사)을 1일 출간했다. 백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정책참모였다. 두터운 신임에 힘입어 주요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백 교수는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첫 대면을 한 건 1998년 이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 있을 때였다고 한다. 그 뒤 자주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찾아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때마다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 때문에 놀랐다”고 했다.

이유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과 점심식사를 할 때 백 교수는 밥을 자주 남겼다. 그러면 이 전 대통령은 백 교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 먹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백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면 이 전 대통령은 백 교수의 남은 밥그릇을 가져가 싹싹 비우곤 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김칫국물이 묻어있든 아니든 신경을 쓰지 않고 남은 밥을 다 먹었다고 백 교수는 적었다.

백 교수는 “훗날 그가 서울시장으로서, 대통령으로서 전통시장을 방문해 누구와도 격의 없이 식사를 할 때면 혹자는 ‘정치 쇼’라고 비난했지만 나는 그의 진심을 믿었다”고 썼다.

 백 교수는 최근 박근혜 정부의 화두가 된 규제개혁을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으로 정의했다. 지난 정부에서도 핵심과제로 추진했던 규제개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백 교수는 “규제개혁과 관련해 항상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문제가 바로 수도권 규제”라고 했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지역 균형발전 필요성 또한 크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수도권 규제완화는 딜레마다. 하지만 백 교수는 규제개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봤다. “경제위기가 언제 지구촌을 강타할지 모른다. 그에 대처하는 방법은 국가경쟁력을 튼튼히 다지는 것이고, 그 밑바닥에는 규제개혁이 있다”고 백 교수는 강조했다.

 공기업에 대한 과감한 개혁도 요구했다. 백 교수는 코레일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정동진 관광열차가 정동진의 모습을 바꿔놓은 사례를 제시했다. “거창한 개혁은 아니더라도 공기업 설립의 근본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효율성과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공기업의 체질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실책 중 하나로 국정홍보처 폐지를 꼽았다. 백 교수는 “국정홍보처는 한마디로 국가정책의 소통 창구”라며 “정권교체기에 국정홍보처를 없애고 나니 정책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비판 여론까지 수용해 분석하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된 국정홍보처는 현 정부에서도 부활하지 못했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정책과 마찬가지”라고 박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강조할 정도로 현 정부도 국정홍보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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