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철조망없는 사회 」는 불가능 한가|도둑에 뒤지는 경찰 수사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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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월초 서울D경찰서 관내에는 1주일동안 4건의 강도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20∼30대. 2∼3인조들이 대낮에 가정부·노인들만 있는 집을 골라 금품을 털어간 것. 형사계장 P경감은 사건마다 수사전담반을 구성, 관할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설치 해야했다.
이 때문에 형사반장 4명이 모두 동원돼 본서 형사계에는 나머지 형사3명과 S경위등 5명이10여일 연속당직을 맡게 되었다. S경위의 수첩에는 이기간에 절도용의자 수배, 장물수사등 10여건의 수사 계획이 적혀 있었으나 손도 대보지 못한 채 모두 미결인 상태로 미뤄지고 말았다. S경위는『도둑이 경찰을 기다려 주지 않는 현실에서 도범예방·검거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전담수사가 필요하지만 모자라는 인윈 때문에 엄두를 못낸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국경찰의 외근 형사는 모두 3천1백54명. 이들이 한달이면 평균 4백49건 (75년8월의경우) 씩이나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각종사건에 매달려 밤낮없이 뛰어야 한다. 그나마 상황실·타격대·경호경비등에 수시로 차출돼 절도등의 경미한 사건수사는 언제나 뒤로 미뤄지는 실정.
파츨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의 실정도 마찬가지.
상오6시30분부터의 교통보조, 도보순찰, 소내근무, 하명사건처리등 하루15시간이상씩의 경장근무의에 비상대기, 각종 훈련에 시달리다 보면 『잠 한번 푹 잘수 있는 여유조차 없다』는 것이 일선 파출소 경찰관들의 하나 같은 푸념이다.
2월7일 서울시경 기동특별순찰대가 생긴 후 2개월 가까이 변두리 지역 도범 순찰을 해온 K순경은『24시간 교대근무라고는 하지만 근무 다음날도 서류보고·잔무처리등을 하다보면 사실상 매일 20시간씩 매달리는 샘』이라고 말했다.
3월초 전국에 도범 소탕령이 내려진 후 특별기동 순찰대와 합동으로 야간잠복근무에 나섰던 서울노량진경찰서 봉천파출소 C순경은『관할 인구12만명에 직원은 고작 12명으로 하루 30여건의 각종신고 접수·신원조회·경범단속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목욕한번 조용히 해 볼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거기다 하오 8시부터 다음날 상오4시까지 우범지역 잠복 근무를 맡으면 『실적 보다도 쉬고싶은 생각이 앞서는게 솔직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찰관 1인당 인구비는 7백75명. 미국의 5백43명이나 일본의 5백78명에 비하면엄청난 부담이다.
인원부족, 과다한 업무량과 함께 낡고 부족한 장비는 도범과 맞서는 경찰의 수사력·기동력을 더욱 무디게 한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1월 중순, 서울 시내 J경찰서 형사계에는 관내에서 강도사건이 일어나 긴급출동 하라는 지시가 떨어 졌다. 마침 상황실 근무를 하고 있던 형사계장 K경감과 당직 경찰관4명은 우르르 차량대기실로 몰려갔다. L순경이 운전대에 올랐으나 밤새 얼어붙은 「엔진」은 좀처럼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 함께 탔던 경찰관들이 다시 내려 뒤에서 민 다음에야 겨우 시동이 겉렸으나 차는1백m도 못 가 멈추었다. K경감은 너무도 GMS히 있었던 일이라 고장난 것을 살펴볼 틈도 없이 지나가는「택시」를 잡아야 했다.
각 경찰서에 1대뿐인 수사용 차량 그나마 내구연한이 지나 고물이나 다름없는 차들인데도 말단 형사들에게는 차례가 돌아오기 어렵다. 어쩌다 차례가 와도 휘발유값을 자비로 대야하는 형편. 외근 형사의수사비가 하루 8백원에서 올해부터는 1천5백원으로 올랐지만 적극적인 수사활동을 위해서는 교통비에드 모자란다. 도둑들의 범행도구는 자가용에「워키토키」· 소음방지기· 망원경등 각종 현대장비로 과학화 돼가고 있으나 경찰은「버스」를 타고 다니며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 이때문에 사건이 터질 때마다『뛰는 범인에 기어가는 경찰』이란 비난을 받게되고 시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감마저 떨어져 가고있다.<홍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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