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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백령도 떨어졌다면 … 군, 슬램-ER로 원점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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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군 당국의 대응타격 작전을 담은 비밀파일에는 북한군 핵심 지휘부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좌표가 대부분 파악돼 있다. 김정은이 사령관을 맡고 있는 평양 군 최고사령부나 지하벙커는 그 핵심이다. 이번 북한군의 포격도발에 관여한 4군단과 서해함대사령부의 본부건물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 북한이 서해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포격도발을 하자 긴급 출격한 우리 공군의 최신예 F-15K 전투기에는 원점 타격이 가능한 AGM-84H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이 탑재돼 있었다. 일명 슬램(SLAM)-ER로 불리는 첨단무기다.

 사거리가 278㎞에 이르지만 오차범위는 2m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200㎞다. 평양 모란봉구역에 있는 김일성경기장의 축구 골대를 족집게처럼 맞힐 수 있을 정도로 초정밀 타격이 가능한 무기다. 표적으로 하는 건물의 경우 유리창 창문 틀 안으로 미사일이 들어갈 수 있다.

 초정밀 타격의 비밀은 전투기 조종사와 지상의 작전지휘부, 적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 간을 연결하는 초정밀 유도장치다. 지름 34.4㎝에 길이가 4.5m인 슬램-ER이 표적 수㎞까지 접근하면 앞부분에 달린 카메라가 개방되면서 목표물을 영상으로 전투기나 작전상황실에 전송해 보여준다. 지하에 마련된 북한군 지휘시설의 경우 벙커버스터(Bunker Buster·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목표물을 파괴하는 폭탄)로 불리는 GBU-28 공대지 유도 폭탄으로 초토화할 수 있다. 역시 F-15K에 탑재하고 있다.

 북한의 포격도발 직후 ‘왜 슬램-ER로 원점타격을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 질문에 국방부 당국자는 “포탄이 육지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기 비용을 고려해 작전을 벌이는 게 기본인데 기(基)당 20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미사일을 북한군 포진지나 말단부대를 타격하는 데 쓸 필요는 못 느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당국자는 “백령도에 포탄이 떨어졌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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