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조명 사우나·가게에 무료 설치 … 매출 껑충 뛰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LED 조명기기를 만드는 현대엠앤케이 박혜숙 대표는 “‘박혜숙표’ LED 가로등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불을 밝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09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그는 2011년 현대엠앤케이를 설립해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종택 기자]

“저를 ‘진짜’ 사장인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기술도 하나도 모를 것 같은 여자가 와서 사장이라고 하니까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기 제조업체인 현대엠앤케이 박혜숙(41) 대표는 이제 자신을 의심하는 시선에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그가 다루는 제품은 LED 조명·전광판, 자동차용 블랙박스 등이다.

 박 대표가 설립한 회사인 현대엠앤케이는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국에 그의 LED조명과 블랙박스를 취급하는 대리점도 40여 개다. 지난해엔 기업부설연구소 인가를 받아 LED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주부로 살아왔던 박 대표가 LED 조명 시장에 뛰어든 데는 지금도 모시고 있는 시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집에만 있지 말고 사회 생활을 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알아보던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집 근처 자동차용품 판매 업체였다. 길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에게 내비게이션은 재미있고, 신기한 물건이었다. 2002년 텔레마케터로 내비게이션 판매를 시작한 그는 입사 반 년 만에 관리직을 맡게 됐다. 박 대표는 7년간 회사 생활을 한 뒤 2009년 자동차용품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LED 전광판으로 영역을 넓혔고, 2011년 6월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사업 초기엔 블랙박스를 직접 생산해 판매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아직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엔 매출액이 1000만원에 그쳤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는 2012년 LED 조명 사업을 시작하면서 ‘역발상’을 했다. 고객에게 어렵게 LED 조명의 장점을 설명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동네 사우나와 같은 소규모 상점에 무료로 LED 조명을 설치해주고 그만큼 절감된 전기료를 받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해 매출은 50% 이상 올랐다.

 박 대표는 초기엔 단가를 낮추기 위해 국내 한 업체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LED 조명을 생산했고, 소비자에겐 경쟁업체보다 20% 정도 싼값에 공급할 수 있었다. 요즘엔 자체 생산 비율을 늘려가면서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전체 직원 11명 중 2명이 R&D 인력이다. 지금까지 LED 관련 특허를 1개 등록했고 2개는 출원 중이다. 창업 멤버들의 도움도 큰몫을 했다. 박 대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하다 보니 가족들보다 함께한 시간이 많죠. 이들이 다져온 유통망이 회사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가로등 사업이다. 중국산 부품 위주로 조립되고 있는 국내 LED 가로등 시장에서 ‘박혜숙 표’ 가로등으로 불을 밝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처음엔 몰랐는데 사업의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나만의 불을 밝히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안지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