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기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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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계류 국산화를 강조하면서도 그동안 눈에 띌만한 진전이 없었던 것은 국내 기계공업의 개발이 여의치 못했던 때문이다. 따라서 뒤늦게나마 우리의 기계와 기술용역을 더 많이 이용하자는 운동은 당연히 국산기계 개발촉진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창원 기계공단안에 7백80억원 규모의 대단위 기계공장을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는 이런 최근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까지는 제철·제강을 포함하여 정유·발전·「펄프」제조는 물론 각종 석유화학 공장까지 주요 기간산업이나 중화학공업의 설비는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 오고 있다. 이런 설비물은 성질상 고도의 자본·기술 집약적 시설들일 뿐만 아니라 운영이나 유지 보수에만도 상당한 기술축적이 필요한 부문이므로 국산화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따라서 이런 실비들을 점차 국내 조달하겠다는 의욕은 일단 평가받을 만하다. 우선 이 기계공장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직접적인 수입대체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현재의 개략적인 추산만으로도 3년 뒤에는 거의 2억「달러」에 가까운 대체가 실현되는 것은 물론 다른 산업에의 파급효과, 예컨대 직·간접투자·생산유발효과 등도 매우 클 것이다. 더우기 관련산업으로의 기술이전이나 국산 원자재 수요의 증대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은 물론이다.
다만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의 추진에는 투자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설비규모나 수요추정에 더욱 면밀한 계산이 앞서야할 것이다. 3차 계획까지의 주요 중화학「프로젝트」가 석유파동과 함께 몇 부문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경험을 살릴 필요가 있겠다. 원래 중화학공업은 국내경기보다는 국제경기 향배에 더 민감하게 영향받으므로 연차별 투자계획이나 원료확보계획에서 기복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정밀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점에서 볼 때 사업의 주체를 민간으로 선정한 점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런 방대한 「프로젝트」가 단일 실수요자에 의해 설립될 경우의 효율성 못지 않게 시장성이나 경쟁성에 대한 고려도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정부의 투자계획과 민간의 투자의욕을 적절히 조화시켜 낭비와 비효율을 극소화시키는 합리적인 투자배분과 계열화를 이룩하는 길뿐이다.
이 같은 대규모 기계공장의 설립은 막대한 투자수요 못지 않게 기술격차의 해소라는 난제를 아울러 해결해야 한다. 기계시설은 무조건 도입에만 의존하려는 생각도 고쳐져야 되겠으나 국산보호가 지나쳐서 기계의 설비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기계류의 국산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수입품보다 현저하게 질은 낮으면서 값만 엄청나게 비싼 것으로 만드는 사례가 없지 않았다. 이는 결국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기계류 국산화 계획은 무리하게 양적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기술적 측면이나 산업 외 부문별 개발계획 등 질적인 면에 더 치중해서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우리는 창원의 기계공장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 기간설비의 자급이 조속히 이루어지기 바랄 뿐이지만 다른 기계부문에서도 과감한 민간투자가 실현되도록 적극 유도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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