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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철인데 제대로 조업할 수 있을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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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걱정입니다. 내일부터 꽃게를 잡으려고 포성을 들으면서도 대피하지 않고 그물을 고쳤는데, 제대로 조업할 수 있을지….”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 김정희(50)씨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포격은 한 해 최고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꽃게잡이 본격 개시를 하루 앞두고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를 덮쳤다.

 아침은 평온했다. 31일 서해 5도 주민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를 시작했다. 65척 어선은 젓갈용 새우잡이를 나갔고 학생들은 등굣길에 올랐다. 오전 10시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배에 “귀항하라”는 무전이 날아들었다. 오전 10시30분이 되자 섬의 면사무소 스피커에서 “북이 해상 사격을 할 것이니 상황이 벌어지면 즉시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점심식사를 마친 연평도 주민 신승원(72)씨가 TV를 틀었을 때 면사무소 스피커에서 “대피하라”는 안내가 떨어졌다. 신씨는 “뛰다 걷다 5분 거리 대피소 문 앞에 이르렀을 때 포성이 터졌다”고 말했다. 대피소 안에는 이미 50명가량이 모여 있었다. 일부 주민은 은행 통장과 귀중품을 챙겨 왔다. 주민들은 말없이 TV를 주시했다. 누군가 말했다. “예전처럼 집이 무너지고 그러는 건 아니겠죠.”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포성은 간간이 계속 이어졌다.

 백령도 북포초교 교장실에는 이날 낮 12시10분 군 부대에서 연락이 왔다. 학생들을 바로 대피시키라는 것이었다. 급식을 중단하고 어린이들을 대피소로 이동시킬 때 마을 스피커에서 대피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교무실 전화기에 불이 났다. 학부모들 전화였다. 일부는 뛰어와 자녀를 데리고 갔다.

 오후 3시30분쯤 포성이 멎었고 1시간이 더 지나 대피령이 해제됐다. 이날 백령도에선 전체 주민 5600명 중 3000여 명이, 연평도에서는 1230명 중 633명이 대피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나머지는 김정희씨처럼 다음 날을 위해 하던 일을 계속했다. 포성이 멈춘 뒤에도 걱정은 이어졌다. 꽃게잡이 걱정, 관광객이 줄어들 걱정이었다. 이날 중단됐던 인천항~서해 5도 간 여객선 운항은 1일 재개된다.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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