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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직장인도 할 수 있게 … 자원봉사 즐거워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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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영동중학교에서 재능기부 봉사자인 강태룡(64·오른쪽)씨와 프로젝트 리더 이희옥(57·왼쪽)씨가 봉사자들에게 무궁화 심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오종택 기자]

“봉사로 기쁨 찾자.” 1994년 처음 열린 중앙일보 전국자원봉사대축제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성공한 자원봉사 모델을 소개하고 봉사자들을 칭찬하는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아프리카 르완다 난민 돕기 사업은 해외봉사의 길을 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시절 탄천에서 6개월 동안 이어진 나눔장터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자원봉사 방식도 쉽고 재미있는 자원봉사를 뜻하는 ‘볼런테인먼트(Voluntainment)’로 진화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2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영동중학교에 모여 무궁화 나무를 심었다. 보라색 점퍼를 입은 이희옥(57·여)씨 등 5명의 봉사자가 백단심·아사달 등 품종별로 심을 위치를 정해주자 나머지 봉사자들이 각자 맡은 일을 시작했다. 이씨는 “물을 줄 때는 호스를 땅에 조금 넣어서 주면 훨씬 좋습니다” “무궁화는 당도가 높아 음식에도 쓰일 수 있는 식물입니다” 등 봉사활동 내내 무궁화에 대한 각종 정보를 알려줬다.

 봉사를 시작한 지 세 시간 만에 영동중학교엔 무궁화 130그루가 심어진 작은 정원이 만들어졌다. 국화(國花)인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기 위해 서초구 곳곳에 만들고 있는 ‘무궁화동산’이다. 이씨 같은 프로젝트 리더가 기획하고 인근 직장인 등 일반 봉사자들이 참여해 함께 만들고 있다. 이날 봉사에도 10여 명의 직장인이 세 시간 정도 짬을 내 참가했다. 직장인 이정수(38)씨는 “이번 봉사는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에 짧게 한번만 참여해도 돼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가 ‘쉽고, 빠르고, 재미있게’ 바뀌고 있다. 양로원 등 특정 장소를 방문해 하루 종일 진행하는 기존의 봉사활동에서 잠깐 시간을 내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하는 핸즈온(HandsOn) 봉사, 마을 가꾸기 봉사로 자원봉사가 진화하고 있다.

 핸즈온 봉사는 1992년 미국에서 시작돼 호주·캐나다·중국 등으로 확산된 세계적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바빠서 참여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일반 봉사자들은 봉사 경험이 많은 프로젝트 리더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손을 빌려주면 된다. 세금환급신청 도우미 등 전문적인 분야부터 마을청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성서대 김성경(사회복지학) 교수는 “봉사활동 참여율이 10년째 20% 선에 머물러 있다”며 “봉사를 못하는 이유로 80%가 시간 부족을 꼽는 만큼 잠깐 짬을 내 하는 핸즈온 봉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서구 SOS어린이마을 도서관 벽에 설치된 15m짜리 타일 벽화도 핸즈온 봉사를 통해 만들어졌다. 전문 도예가가 아이들의 꿈을 형상화한 벽화를 디자인하고 프로젝트 리더들이 재료 구매 등을 도맡아 진행했다. 강서구 인근 회사원 30여 명이 참가해 버려진 타일을 깨고 타일 조각을 손으로 붙이는 작업을 했다.

 핸즈온 봉사에 참여한 직장인 강미정(32·여)씨는 “쓰레기를 줍더라도 프로젝트 리더들이 그 지역의 생태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니 훨씬 재미있다”며 “차를 타고 갈 때마다 내가 쓰레기를 주웠던 하천에 계속 눈길이 가더라”고 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봉사도 인기다. 금천구 시흥5동 ‘암탉이우는마을’이 대표적이다. 시흥5동은 저소득층 주거지역으로 마을 공터에 쓰레기가 가득했던 낙후된 곳이었다. 하지만 2012년 3월부터 마을만들기 자원봉사가 시작되며 마을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을주민들이 힘을 합쳐 직접 공터에 쌓인 쓰레기 3t을 치우고 텃밭을 만들었다. 담벼락은 재능기부자 등 자원봉사자 500여 명이 그린 나비·꽃 등의 벽화로 가득 찼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총괄한 ‘숲지기강지기’ 김혜숙 대표는 “마을주민들이 직접 나서다 보니 마을에 대한 애착이 생겨 봉사의 지속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글=안효성·구혜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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