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잠농의 사활이 걸려있다|일본의 생사수입일방규제…그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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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74년8월이후 생사의 대일수출이 일본당국의 일방적 조치로 규제받았고 금년부터는 다시 견년사, 견직물등 관계제품까지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양잠업계는 일부 보업을 준비하는등 큰충격을 받고 있다. 대한생사회, 생사수출조합등 잠업관계 단체에서는 일본측이 성의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우선 잠업단체만이라도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성명을 발표했고 나아가 범국민적 일제품「보이코트」운동을 벌일것을 준비하고있다. 75년현재 뽕밭면적은 9만9백55정보로 전농토면적의 8%, 양잠농가는 48만호로 전농가의 19%가 넘는다. 일본측의 증산부탁으로 생사생산량은 65년의 8백51t에서 지금은 거의 7배나 되는 5천4백62t으로까지 증가했으며 이중 95%를 일본에 수출해왔다. 이때문에 생사수출이 어려워지면 수입개방으로 압박받는 일본농가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일. 4∼5일의 한·일생사실무자회담을 예의주시하고있는 전국 양잠농가를 찾아가 본다.
【청주】국내 제1의 양잠고장인 충북의 농민들은 누에고치 값이 3년째 제자리걸음이어서 잠업을 포기할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있다.
더구나 수출하는 길이막히면 충북도는 올해부터 양잠을 포기하는 농가가 크게 늘어나 도내 뽕밭 면적도 1만3백21정보에서 1만정보 수준으로 줄어들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유상계획도 작년의 7백만그루에서 3백40만그루로 50%나 줄이고 있다.
【전주】73년 가을이후 kg당(2등 1,530원) 다른 물가는 배나 올랐으나 누에고치 값은 한번도 인상되지 않아 올봄에는 대폭 인상되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보조로 값이내려 가지는 않을것이나 인상이 없으면 다른 특용작물보다 수익성이 훨씬낮아지므로 소규모 양잠 농가는 사육을 포기할수 밖에없다는 것이다.
도 관계관도 최소한 10%라도 올라야 양잠세력을 유지할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규모 양잠농가는 뽕나무를 처치할수도 없으므로 값이 안올라도 적자양잠을 계속할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광주】전남도내 4만5천호 양잠농가는 일본측의 면제품 수입제한으로 크게타격을 받게됐다.
전남도내 뽕밭은 1만5백55ka, 양잠 농가는 4만5천호.
지난 75년에는 3천3백9t의 잠견을 생산, 이가운데 4백38t을 수출, 1천2백22만5천「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였고 올해는 3만6천60t을 생산, 4백70t을 수출해서 1천2백70만「달러」를 벌어들이기로 했으나 일본측에서 갑자기 견제품 수입제한을 하는 바람에 크게 실망, 전업을할 궁리까지 하고 있다.
특히 전남지방은 국내다른지방에 비해 누에고치단위 생산량이 낮은데다 지난해에는 나주지방등 일부역에서 뽕나무가 농약피지해까지 입어 양잠 농민들의 의욕을 꺾었었다.
도내 제사 업체는 나주잠사등 5개 업체로 지역별로 누에고치 구입지역을 고정시켜 4백70t을 수출키로 했으나 일본측의 갑작스런 수입 제한으로 매입계획이 주춤하고있고 도당국이 계획한 4백20채의잠실 신축계획도 잠업농가의 외면을 받고있는 실정.
【대구】전국 양잠농가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경북도내 양잠농가들은 일본의 일방적인 생사류수입금지조치에 큰충격을 받아 양잠에대한 의욕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칠곡군북삼면의경우 관내농가1천1백68호중 50%인5백75호가 1천8백72단보에 뽕나무를 심어 2천6백상자의 고치를 생산하여 농가당 연간 평균 31만6천원의 수입을 올렸다.
양잠을 전업으로하는 농가의 경우 연간10상자의 고치를 생산, 70만원의 수입을 올렸는데 1개부락마다 10호가 양잠을 전업으로하고 있다.
양잠농가들은 일본의 생사류 수입 규제조치로 정부의 고치수매가격이 떨어질것이라고 내다보고 뽕나무밭의 뽕나무를 뽑아버리고다른 밭농사로 바꾸어야겠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 북삼면의경우 농민들은 작년가을에 심은 뽕나무 13만그루를 뿌리가 많이 내리기전에 뽑아 버리고 고추·감자등 다른채소를 심어야 되겠다고 서두르고있다.
또 경북 도내 제사업체13개소도 아직까지는 작년에 생산된 고치로 가동을하고 있으나 생사류 수입금지 조치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동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춘천】강원도내 제사공장은 생사재고량이 늘어 운영에 큰타격을 받고있다.
도내 4만2천2백99가구양잠농가에서는 8천8백33ha의 뽕밭에서 봄·가을로잠종(잠종) 6만2천여매, 2천9백20여t의 잠견을 생산, 4억6천2백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있으나 이를 사들여 생사로 만드는 5개제사공장들이 수출을 못해 앞으로는 더이상 사들이기어려운 상태.
도내5개 제사공장에서는 매년 생사53만8천kg을 수출, 1천4백28만「달러」에 이르는 외화를 벌어들였으나 지난봄부터 수출량이 줄어 12%가량이 재고로 쌓여있는 실정이다. 제사공장가운데 연간2백50일간을 가동, 17만kg의 생사를 생산하는 춘천 동방제사공장의경우 지난해봄부터 재고가누적, 2일까지 3만4천여kg의 재고로 적어도 3억원이상이 체화되고 있다는것.
도내 양잠농민들도 최근수년동안 잠견값이 kg당1천8백40여원으로 묶여있어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하는판국에 제사업자들의 수출부진으로 재고량이 늘어나 동결되는 사태가 빚어지면양잠을 포기할수밖에 없다고 말하고있다.
농민들은 대부분의 뽕밭을 숙전으로 가꾼것이아니기 때문에 전업도 불가능하다고 더욱 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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