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업종별 명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반적인 업계경기는 작년 하반기이후 완만하나마 회복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난 2년간의 극심한 불황에선 대부분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 업종에 따라 호·불황의 교차가 크다. 수출경기에 주도된 면방·화섬·의류 등 섬유류를 비롯, 전자·신발류·피혁 등 업종과 건설·식품·유리제품업종 등은 두드러진 호황업종으로 설비가동률 90%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제당·제분·철강·조선·해운업종 등은 여전히 침체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경제는 지금까지 수출주형으로 이끌어져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국내시장이 좁아 내수의 증가도 수출이 활기를 띤 연후에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경기의 향배는 수 출 시장 경기에 좌우된다.
수출수요의 급증에 힘입어 경기호전의 선두주자가 되고 있는 것이 섬유·전자·신발·피혁 등 업종. 이들 업종에선 작년 말부터 해외 「오더」가 미처 소화 못할 정도로 쇄도, 「풀」가동에 들어간 업체가 상당수이며 대부분 금년 6∼9월까지의 주문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의 확충과 더불어 하청공장의 확보에 부심하고 있으며 벌써부터 부족한 기능공「스카우트」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섬유류의 경우 지난 1월중 수출 추천이 작년 동기보다 2백% 가까이 늘어났으며 수출가격도10∼30% 인상했다. 물량이 달리면서 거래의 칼자루를 이쪽에서 쥐고 「바이어」의 조건을 선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생사는 일본의 수입규제로 계속 부진.
전자업계 역시 73년의 수출호황을 완전 회복한 상태이며 신발류도 시설의 한계를 느낄 정도인데 미·영·가 등지서 수입규제 움직임을 보여 하반기엔 다소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2∼3년간 급신장하고 있는 피혁제품업계는 1월중 수출이 전년 동기비 75%, L/C거래액 1백50%를 기록, 금년 중 1천2백명의 기능공을 양성해도 8천여명이 모자란다는 업계의 얘기다.
내수산업 「사이드」로 식품제조업·제약·주조 등 업종이 경기에 크게 영향을 안 받고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특히 괄목할만한 주목을 받는 업종이 건축업이다.
작년에 경기침체로 내수는 부진했으나 해외건설수출이 10억「달러」대를 돌파, 전년 실적의 4배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금년엔 20억∼3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어 그 신장률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중동을 비롯한 해외건설 「러쉬」는 이에 부수되는 건축자재업계의 경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시멘트」·합판·철강·「타일」 등 업종의 경기가 다소 상승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제품재고가 85만t에 달해 일부 조업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며, 철강업계도 가동률 60%에 불과한 심한 불황 업종인 점을 감안할 때 큰 폭의 경기호전은 기대되지 않는다.
한때 수출 「랭킹」 1위를「마크」했던 합판 업계는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미국이 대통령 선거와 독립 2백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경기 회복책을 쓸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경우 건축증가에 따라 15∼20%의 합판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발·「타이어」·합성수지업계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동·남미지역 등 새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 불황업종으로 제당(가동률55%), 제분(가동률63%) 업종 및 해운·조선공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제당·제분업계는 원료 및 가공·수출가격간의 격차로 인한 결손 때문에 수출전망이 매우 흐린 가운데 계속 침체경기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조선공업·해운업 등은 해외수요전망의 불투명으로 계속 바닥에 떨어져 있다.
업종별로 경기가 상승국면 또는 침체상태로 다소 기복이 있으나 대체로 회복세를 느끼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회복세는 어디까지나 상대적, 단기적 상승이며 반드시 지속적 추세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
이는 ①미·일등 선진국경기가 본격 회복이 안돼 있고 ②이들의 수입제한 정책이 계속 강화되고 있으며③작금의 일부 급증하고 있는 해외수요도 단순한 재고소진을 충당하기 위한 과도적 경기일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지원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