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후보 추천 잘못됐다

중앙일보

입력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북 송금 의혹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한 두명에 대해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관련 현대 계열사나 은행의 사외이사를 지낸 경력 때문에 특별검사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우정권 변호사는 2000년 1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비상근 등기임원이었으며 송두환 변호사는 1999년 2월부터 2002년 3월까지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사외이사를 지냈다.

宋변호사는 당시 4만5천주의 외환은행 스톡옵션을 받아 지금도 1만5천주를 보유 중이라는 내용이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 특별검사 결격사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법적 문제도 없어 보인다. 송금이나 환전 과정에 관련된 흔적도 없다.

그러나 사건 성격상 현대증권이나 외환은행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텐데 사외이사를 지낸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의문이다. 특히 송금과 환전이 집중된 2000년 5월을 전후한 시기가 모두 재임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수사 주체에 흠결 사유가 있다면 아무리 수사를 잘 했다 하더라도 수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의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대북 송금 의혹은 검찰수사를 거치지 않은 첫 특검이란 점에서 종전 수사와 사뭇 다르다. 검찰 수사를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점에서 두 변호사 모두 수사와는 거리가 있는 법관 출신이란 점도 걸림돌이다. 추천 대상 두명 중 한명쯤은 수사 검사 출신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특검의 자격 논란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변협의 몫이다. 두 변호사의 인품과 자질을 강조하며 "현대 관련사 등의 사외이사 경력은 사전에 들었지만 검증절차를 거칠 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변협의 문제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가를 드러내고 있다.

불신 속에서 출발하는 특검은 국민적 불행이고 대한변협도 그 결과를 책임지는 한가운데 위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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