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투쟁서 중도파가 필요했던 중공|화국봉 등장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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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중공 전문가 중에서 화의 등장을 사전에 예견한 사람은 「제롬·코언」 교수였다.
「코언」 교수는 중앙일보의 신년 특집을 위한 「페어뱅크」 교수와의 좌담에서 『등소평이 주은래의 후계자로 지위가 안정된 듯 하지만 그래도 화의 거동은 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코언」 교수는 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기가 화를 주목한 것은 작년 가을 화가 중공의 농업 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했을 때부터라고 말했다. 공안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농업 정책에까지 큰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의미 심장하다고 「코언」 교수는 지적했다. 농업의 현대화는 중공의 내일을 좌우한다. 그런 역사적인 작업에 최고의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범상한 일이 아니다.
「코언」 교수는 화국봉이 등소평과는 달리 상해파에서 받아들일 만한 인물이기 때문에 수상 서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등소평은 문화 혁명 때 실각한 사실이 증명했듯이 상해파와는 공존이 곤란한 사람이다.
거기에 비하면 화국봉은 문혁 때 비판을 받기는 했어도 치명적인 타격은 입지 않고 배겼고 어느 한파와 불가분의 위치에 있다는 낙인도 찍히지 않았다고 「코언」교수는 말했다.
중공은 아마도 70세 이하의 과도적인 지도자를 필요로 했을 것이라고 「코언」교수는 분석한다.
「코언」의 의견에 의하면 화국봉은 이제 강자가 되었고 인민 대회의 소집이 지연되어 당분간 수상 서리 자리에 눌러 앉을 가능성이 있고, 아마도 등소평보다 「중요 인물」이라는 것이다.
「코언」 교수는 또 「닉슨」이 초청을 받은 때를 같이하여 화국봉이 등소평을 제쳐놓고 수상 서리가 된 것을 보면 모택동은 아직도 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6일의 인민일보 보도는「코언」의 그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인민일보는 모의 노선에 반대하고 자본주의 노선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이 지도층에 앉았다고 비난했다. 등은 바로 자본주의 노선자라고 숙청됐던 장본인이다. 「홍콩」에서 들어오는 보도나 「워싱턴」 관리들, 전문가들은 모가 등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화를 기용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국무성 관리들은 주의 치밀한 후계자 준비 작업이 실패했고, 따라서 지금 중공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 투쟁은 예상보다 치열하고, 상황은 아직도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부르킹즈」 연구소의 「도크·바니트」 교수는 화의 등장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뉴요크·타임스」의 사설이 지적했듯이 등이 1월15일 주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은 것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는 나타나질 않고, 중공 지도층이 외국 지도자의 방문과 북경의 외교 사절들과의 면담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는 사실은 지금 중공 내부에서는 역사적 정치 투쟁이 일어나고 있고 거기서 화의 세력이나 상해파가 우세하다는 증거로 보인다.
그러나 국무성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화의 임명을 승인하는 전국 인민 대표 대회가 소집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등이 결국은 수상이 될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다고 전망한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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