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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크림반도의 두 현안, 군대와 물·전력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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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지난 3월 21일 크림 페레발른의 우크라이나 기지 앞에서 우크라이나 장교가 여자친구와 포옹하는 모습을 러시아 병사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 AP]

크림에는 해결해야 할 군사 문제가 있다. 우선 2만 명 정도인 우크라이나 장교와 하사관, 해군 준사관의 운명이다. 해결책으로는 우크라이나군을 떠나 크림 자경단에 합류한 뒤 러시아군에 들어가는 것이 거론된다. 예전 직급을 유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군에 있을 때보다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크림이나 러시아를 위해 복무하고 싶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로 떠날 수 있다. 크림정부는 이들에게 3개월치 월급과 목적지행 기차표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되는 데는 장애물이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명령 없이 우크라이나 군이 부대를 떠나면 탈영으로 간주돼 나중에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크림정부가 이들을 영내 불법 체소하는 타국 군인으로 간주하고 추방증을 발급하는 것이다. 추방증은 우크라이나의 검찰 조사 시 면죄부가 돼줄 수 있다. 다 귀찮다면 전역하면 된다. 크림에 집이 있고 연금 수령 최소 복무 기간을 채운 사람일 경우 러시아 법률에 따라 연금이 보장된다.

우크라이나군 장비 문제도 있다. 여러 평가에 따르면 크림엔 군함과 보조함정 30척, 장갑차 150대, 탱크 50대, MiG-29 전투기와 L-39 훈련기 60대, 헬기 20대,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C-300 60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Buk-M1(SA-11)과 단거리 미사일 Tor 40대, 해안 방어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군 장비는 20년 넘도록 개선된 적이 없는 낡은 무기들이다. 우크라이나 조종사들도 “심페로폴 남쪽 벨벡 공군기지에 있는 40대의 MiG-29 가운데 뜰 수 있는 것은 5대뿐”이라 말한다. 장갑차·탱크가 이동하고 포를 쏠 수는 있지만, 포격의 정확성이나 차체 상태는 의심스럽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군함과 보조함정의 상태도 문제다. 대부분 세바스토폴만에 발이 묶여 있다. 스트렐레츠카야만 입구는 대형 제방과 차단막에 가로막혀 있다. 그곳엔 초계함 ‘테르네폴’과 ‘루츠크’, 지휘함 ‘슬라부티치’와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잠수함 ‘자포로지예’가 있다. 예브파토리야 인근 도누즐라프 호수에 있는 남부 해군기지 부두에는 대형 상륙정 ‘콘스탄틴 올샨스키’와 중형 상륙정 ‘키로보그라드’, 초계함 ‘빈니차’, 수송정 ‘고를로프카’, 소해정 ‘체르니고프’와 ‘체르카시’, 레이더 소해정 ‘게니체스크’ 외 수십 척 함정이 정박해 있다. 외해로 나오는 길은 해협에서 침몰해 인양될 예정인 대형 대잠함정 ‘오차코프’와 인양선 ‘샤흐툐르’로 막혀 있다.

인양에는 시간이 들고 돈이 드는데 돈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양국 합의에 따라 돌려보내면 우크라이나 해군이, 러시아 소유가 되면 러시아 흑해함대 부담이다. 어떤 함정은 너무 낡아 대대적인 수리와 보수가 필요한데 그 문제도 처분 방향이 결정된 후에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함정을 어디에서 보수할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크림에 오랫동안 방치되긴 했지만 상당히 좋은 선박 수리업체와 조선업체가 몇 군데 있기 때문이다. 세바스토폴의 13번 선박 수리공장, 케르치의 ‘잘리브’ 공장, 페오도시야의 ‘모레’ 공장 등이다.

물론 일부 공장은 형편없어졌다. 세바스토폴 공장엔 1만2000명이 근무했지만 지금은 200명만 있다. 세바스토폴 공장은 최근 흑해함대의 함정을 수리한 경험이 없어 러시아 해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불가리아에서 함정을 수리해야 했다.

다음으론 크림의 ‘자생력’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크림으로 들어가는 물과 전기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한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크림이 적당한 시기에 수도와 전력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고 본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의회 의장은 “우리는 대체 에너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비싼 값으로라도 물을 사들일 용의가 있다. ”고 인테르팍스통신에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물과 전기를 차단하면 크림 당국은 수자원과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크림엔 호수도 큰 강도 없어 북크림 운하를 통해 물을 끌어와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크림의 상수 공급을 차단하는 게 식은 죽 먹기다. 수문을 닫기만 하면 된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그래도 물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물 문제연구소’ 실험실장인 블라디미르 데볼스키 교수는 “케르치해협 바닥에 송수관을 건설하여 러시아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비즈니스 온라인 신문에 밝혔다. 그에 따르면 송수관은 6개월이면 건설하고 비용도 20억~30억 루블(600억~900억원)이면 된다.

데볼스키 교수는 “물은 아조프해로 유입되는 쿠반강에서 끌어올 수 있다. 크라스노다르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쿠반에는 크라스노다르 저수지도 있는데 충분한 양 이상의 물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문제의 경우 크림에선 수요 전력의 20%만 생산되는데 알렉산드르 파세치니크 국립에너지안보재단 연구실장은 “러시아가 케르치해협 바닥에 케이블을 설치해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비즈니스 온라인 신문에 밝혔다. 그는 “가스 발전소를 건설해 대체 전략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크림 당국은 이 옵션을 고려 중이다.

현지 화력 발전소들은 수요 전력 가운데 10분의 1만 생산하는데 연간 최소 3억㎥의 가스를 소모한다. 크림의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면 10배 더 많은 화력 발전소가 필요한데 2013년 크림에서 생산된 가스는 16억5000㎥로 현재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다.

체르노모르네프테가스사는 근해 가스전 세 곳에서 가스를 채굴하고 있다. 콘스탄틴 시모노프 국립에너지안보재단 대표이사는 “체르노모르네프테가스사가 가스 생산량을 16억5000㎥에서 25억~30억㎥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부족도 문제다. 철도가 끊겼기 때문이다. 정세 불안으로 석유 업자들이 크림의 페오도시야와 케르치항에서 하역 선박을 전세 내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크림 당국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체르노모르네프테가스사 등 우크라이나 국영 자산의 소유권과 철도 몰수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의회 의장의 말에 따르면 유전과 가스전은 이미 몰수됐다. 국영 포도주 양조장도 몰수된다.

빅토르 리톱킨, 타티야나 리시나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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