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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허재, 원주 TG 수호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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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38·TG 엑써스)가 코트 위에 신화를 새기고 있다.

'농구 천재'허재도 이제 '노장'이다. 불혹이 내일 모레다.

풀코트는 엄두도 못낸다. 후배들의 거친 몸싸움을 받아내며 코트를 누빌 때마다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그래도 TG 전창진 감독은 "허재는 팀의 해결사"라고 말한다. 실제 그랬다. 허재는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만난 LG 세이커스엔 '눈에 박힌 가시'였다. 25일 2차전에선 12득점에다 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도 13득점에 7어시스트를 올렸다.

허재는 기록보다 경기 흐름에서 더 돋보였다. "정규리그 2위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LG로서도 허재는 '넘기 힘든 고개'였다. LG가 추격의 고삐를 당길 때마다 벤치에 앉아 있던 허재가 나와 찬물을 끼얹었다.

2차전 3쿼터에선 39-38로 LG가 앞서자 외곽슛으로 흐름을 꺾어놓았다. 허재가 날린 3점포가 림을 꿰뚫어 스코어가 역전되면서 TG가 승기를 잡았다. 이후 TG는 한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1차전은 허재의 위상이 그대로 드러난 한판이었다. 허재가 벤치에 들어갈 때마다 TG는 삐걱거렸다. 공 배급이 매끄럽지 않자 골밑의 김주성도 고전했다. 반면 LG가 살아났다. 공수에서 활력이 돌며 무서운 기세로 TG를 쫓아왔다. 그때마다 허재는 코트로 들어왔다. 화려한 드리블과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한 어시스트에 LG는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허재는 올해를 "은퇴 전의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자신의 송곳 같은 어시스트를 어김없이 림에 내다꽂는 중앙대 후배 김주성이 있기에 우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1997년 기아에서 프로농구 원년 우승을 차지한 지 꼭 6년 만이다.

정규리그에서는 20분만 뛰던 허재가 플레이오프에서는 30분 이상 코트를 누비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플레이오프에 거는 허재의 기대는 그만큼 크다.

과연 허재는 '우승'이란 두 글자로 농구인생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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