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럽 경찰에 비상령-테러범 카를로스 새 납치극 준비설 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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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작년말 빈의 OPEC(석유수출국기구) 각료 인질 테러단의 두목으로 전해진 카를로스가 연초 스위스에 잠입, 새로운 어마어마한 납치극을 준비중이라는 정보 때문에 전 유럽은 지금 초긴장 상태.
특히 지난 26일부터 파리에서 막을 연 OPEC장상회담과 남북경제회담장인 클레베르가의 국제회의 센터주변에는 2천5백명의 경찰이 이중삼중으로 포위망을 구축, 카를로스 침투를 예방하는 대작전을 벌이고 있다. 또 2월4일부터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경기장에도 신출귀몰의 카를로스가 나타날까봐 오스트리아 경찰은 명예를 걸고 초비상 경계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카를로스가 모스크바의 루뭄바 대학에서 반소 및 음란행위를 했기 때문에 소련 당국으로부터 추방당했다는 사실을 서구각국의 경찰이 전혀 믿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경찰들은 카를로스가 바로 모스크바에서 위장해서 출국한 소련 비밀경찰 KGB요원임에 틀림이 없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경찰은 카를로스만 잡으면 KGB의 국제조직망을 일망타진할 수 있으리라 보고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카를로스는 행방이 묘연한 귀신같은 존재가 돼 오히려 경찰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지금 파리의 OPEC장상회담을 카를로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불 내상 미셸· 포니아트우스키가 진두 지휘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큰 폐를 입는 쪽이 회담을 취재하는 신문기자들이다.
숱한 국제회의가 이곳에서 열렸고 그때마다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나 포드 미대통령 또 브레즈네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든간에 기자들이 자연스럽게 접근,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옛날이었다. 그래서 기자들은 프레스·센터에서 회담장을 비추는 텔리비젼 화면을 멀거니 쳐다보며 카를로스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카를로스를 막자는 구호는 인스부루크 동계 올림픽 개최지에도 요란하다. 2천여명의 세계 각국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2천여명의 민완경찰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빈의 오욕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이빨을 깨물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제 테러리즘에 공동 대처한다는 유럽 내상회의 개최원인인 문제의 카를로스는 지금 어디에 숨어서 이 꼴을 보고 있느냐와 카를로스의 다음 표적은 어디일까라는 점이 제일의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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