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담 김영화(67년 신춘「중앙문예」문학평론 당선) 송상일(76년 신춘「중앙문예」문학평론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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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글 잘 읽었습니다. 번쩍거리는 것이 눈을 황홀하게 하더군요.
송=지나친 칭찬이십니다. 저는 누가 칭찬하는 소릴 하면 당황해집니다. 사양하려면 몸짓이 어색해 지고 말입니다.(웃음).
김=공연한 치사는 아니고 『우리의 것』을 발굴하려는 노력과 특히 한용운의 「님의 중요성」을 불교의 『입장이 없는 입장』으로 해석한 부분은 놀라왔습니다. 창작분야든 비평분야든 남다른 얼굴을 가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요.
송=김 선배의「데뷔」작은 「동인소설의 구조」였지요?
김=근 10년 전 일이지요. 대학원 재학당시였어요.
「C·브룩스」류의 방법으로 동인을 분석하고 그것을 다시 한국사회사적인 측면에서 살펴봤었습니다.
미학의 안목이랄까,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나서 거기에 투영된 시대정신 같은 것을 발견한다는 원칙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고수하고 있습니다.
송=저는 갑자기 눈을 뜬 소경처럼 아직까지 눈앞이 깜깜합니다. 어떠한 비평방법을 채택할 것이냐를 결정 못하고 있습니다. 시상식을 마치고 저를 선택해주신 김윤식씨를 뵈었는데 말씀을 듣는 동안 지금까지 내가 공부하고 생각해 온 전부가 무위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30분쯤 되는 시간에 열 마디쯤 던져주신 말씀이 완전히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방향을 지적해 주시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암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문학사에 대한 「토인비」교수의 『역사의 연구』같은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김=지나치게 크게 잡는 것이 아닐까요? 욕심이 크다보면 호랑이를 그린다는 것이 고양이가 나올 수도 있어요. (웃음)
송=『언젠가는…』하는 이야기이지요. 또 작업의 분량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해석하는 안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김=한국인의 정신사에서 구조적 궤적을 더듬어 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문학적 성과가 빈약할수록 거기에다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한국문학을 풍부하게 하는 것은 창작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비평가들 쪽에 오히려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우리의 문학을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경향이 지배적인 때가 있었지요. 많은 이야기를 펼쳐놓은 것이 끝내 『한국문학은 아무 것도 아니다』 는 결론을 위한 것이었다면 허망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송=한국문학의 개별성이 어떻게 보편성을 획득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이번 저희 논문에서도 다뤘습니다만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저로서는 당분간 이미 써 둔 원고를 정리하면서 (정리한다는 것은 청산한다는 뜻입니다만)서두르지 않고 끈질기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존재론적이랄까, 주로 미학적인 관심으로 작품을 보아왔거든요.
김=순수다, 참여다 해서 시끄러운 적도 있었습니다만 미학적인 입장만을 취하는 것은 어려운 세상을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반드시 문학의 정직성과 부합되는지 의심이 갑니다.
송=저도 그런 회의를 느낍니다. 문학을 미학의 대상으로만 고정시킨다면 「여가선용」이상의 의미가 없게 될 것입니다. 문학은 「장기놀이」와는 다른 무엇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B· 러셀」의 『수학원리』가 그의 반전시위나 더우기 우리의 인생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하는 것과 비슷한 회의지요. 끝으로 비평 문장에 대해 한 말씀하시지요.
김=독자를 확보하기가 가장 곤란한 것이 비평분야일 것입니다. 「어렵다」는 거지요. 비평의 「아카데믹」한 속성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겠지만 가끔은 내용보다 표현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설득력 있는 「자기문장」을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송=이미 내디딘 걸음이니 힘주어 걸어가겠습니다.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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