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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매질해도 좋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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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학교생도들에게 매질을 하는 게 좋으냐 나쁘냐? 이런 것을 놓고 일장의 왈가왈부 끝에 영국하원의원들은 다시 군소리가 붙을 여지가 없을만한 표 차의 결정을 내렸다. 『두들겨도 좋다』는 것은 물론 손바닥을 회초리로 치는 것 정도를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표결결과는 찬성이 1백81표에 반대 1백20표. 이래서 일은 「회초리파」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실상인즉 며칠 전 노동당 계의 한 의원이 교내에서의 육체적 가형금지법안이란 것을 들고 나온 것을 하원이 그런 것 필요 없다고 전기한 표차로, 이를 물리쳤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있는 생도들을 두고 점잖은 양반들이 난데없이 떼거리로 『이놈들 두들겨 주라』고 나선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매질을 없애자』는 것을 하원이 반대하고 나선 바에야 그 뜻은 일단은 「두들겨도 좋다」쯤으로 새겨듣는대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일의 발단은 「캐너번」이란 의원이 교실 내에서의 매질을 「합법화된 폭력」이라 규정하고 지금 무슨 「전염병」처럼 「창궐」하고 있는 이런 「개탄」할 사태를 법으로 막아야된다고 들고 나온데 있었다.
그의 주장의 골자는 매질이란 폭력이고 폭력은 나쁘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상은 바야흐로 남자·여자 차별이 없다고 주장하게끔 됐다. 「훈도」를 한다는 선생들이 가냘픈 여학생들에게도 매질을 해야 옳다는 것이냐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얘기치고는 좀 심각하다. 그러나 이를 받아 나선 한 보수당의원의 반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의 말을 다시 우리말로 고쳐놓으면 이쯤 된다-.
『어찌하여 귀하의 생각은 그리도 유치하오.』 그리고 있음직한 언어의 난장판을 피하기라도 하자는 듯 의원들은 이를 표결에 붙여 간단히 끝장을 내고 말았다.
서양사람 속담에도 『귀여운 놈 종아리 한대 더 때린다』는 것과 비슷한 게 있다.
보수당의원이 「캐너번」의원보고 왜 그리 『유치』하게 구느냐 했을 때는 이런 속담을 염두에 뒀을 것은 뻔하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그건 지금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그야말로 「창궐」해온 규율의 해이나 모든 권위의 붕괴라는 것이 그저 생도들에 대한 매질 하나로 고쳐질 거냐 라는 게다.
어쩌면 생도들이 국회의원들 보고 『저 양반들 왜 저렇게 유치해』하고 시시덕거리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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