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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오바마 악수한 순간 … 북, 노동미사일 2발 동해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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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미·일 3국 정상이 26일 새벽(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회담을 열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를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또 “북한이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不可逆的)인 방법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북한은 그러나 한·미·일 정상회담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한 때인 26일 오전 2시35분 평양 북쪽 숙천 에서 동해 쪽으로 노동미사일을 발사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오전 긴급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 새벽 2시35분과 2시42분에 평양 북방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각각 1발, 총 2발을 발사했다”며 “이 발사체는 650㎞ 내외를 비행했으며, 노동계열의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며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06년 7월 5일과 2009년 7월 4일에 이어 세 번째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북핵 등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3국의 긴밀한 공조 필요성을 확인했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 아래서 6자회담이 추진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 “중국이 대북 설득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에도 공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양적·질적인 심화, 북한의 안보 도전 등 무모한 행동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나쁜 행동을 억제하는 데 3국 간 협력이 과거에 비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북핵 해결과 3국 간 안보협력을 위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와 함께 한·미·일 안보토의(DTT)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미·일 안보토의는 3국 국방부 차관보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국방·외교 당국자 간 안보협의체다. 2008년 이후 다섯 차례 열린 적이 있다.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우리 함정이 피격된 천안함 사건 4주기이기도 한 이날 북한은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재개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박 대통령에 대해 “남조선 집권자가 국제무대에 나가 신뢰니 평화니 하는 면사포를 뒤집어쓰고 마치 통일의 사도인 양 가소로운 놀음을 하고 있으나 집안에서는 남북 사이의 불신과 대결, 전쟁을 고취하는 반북 소동을 험악하게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14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 중단에 합의한 뒤 처음 나온 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25일 (현지시간) “북한의 행위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 1874, 2094호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우리는 유엔 안보리를 비롯해 동맹국·우방들과 공조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3일의 스커드미사일 발사에 이어 미국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문제이자 도발적인 긴장 고조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한 북한 측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며 “미국이 성명에서 언급한 우방들과 공조하겠다는 대목은 중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그=신용호 기자,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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