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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일당 5억 노역' 중단 … 남은 벌금 강제환수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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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6일 오후 9시쯤 허재호(뒤) 전 대주그룹 회장이 광주지검에서 조사받은 뒤 나오고 있다. 이후 그는 광주교도소에서 개인물품을 챙긴 뒤 오후 10시쯤 교도소 안에서부터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뉴시스]

하루 일당 5억원 논란을 일으켰던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의 교도소 노역이 중단됐다. 검찰이 노역을 멈추고 남은 벌금을 강제로 받아내기로 결정해서다.

 대검찰청은 26일 “법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이미 노역을 시작했더라도 도중에 중단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재산을 찾아 강제 처분해 나머지 벌금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역이 중단됨에 따라 허 전 회장은 이날 오후 10시쯤 교도소에서 풀려나 국내에 살고 있는 가족 집으로 갔다. 지난 22일 자진 귀국해 광주교도소로 들어간 지 5일 만이다. 벌금은 총 254억원이었다. 허 전 회장은 이 중 6일치 30억원을 제하고 224억원을 내야 한다. ‘6일치’란 교도소에 있었던 22~26일 5일에 2007년 구속영장 실질심사일 1일을 더한 것이다. 허 전 회장은 여권 유효기간이 끝나 해외로 나갈 수는 없는 상태다.

 광주지검은 이날 교도소에서 쓰레기 처리 작업을 하던 허 전 회장을 오후에 불러 숨긴 재산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허 전 회장은 해외 재산을 처분해 남은 벌금을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회장은 도피 생활을 했던 뉴질랜드에 동산과 부동산이 있다. 대주그룹이 2003년 현지에 세운 ‘KNC건설’ 지분 46%가 허 전 회장 소유다. KNC건설은 현지에서 분양가 35만~75만 뉴질랜드달러(3억2000만~6억9000만원)짜리 아파트 190가구를 짓고 있는 중견 건설사다. 뉴질랜드 경제중심지인 오클랜드 도심 한복판에 60층이 넘는 빌딩을 지을 계획으로 2003년 2300만 뉴질랜드달러를 주고 부지를 사들였다가 최근 중국계 업체에 5000만 뉴질랜드달러에 되팔기도 했다. 오클랜드 시내에 시가 1000만 뉴질랜드달러 정도인 주차장 부지도 갖고 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은 2~3년 전까지 바닷가에 자리한 방 20여 개짜리 저택을 소유했다. 20명이 탈 수 있는 시가 150만 뉴질랜드달러 상당의 요트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재산도 있다. 검찰과 국세청은 이달 초 허 전 회장 가족 명의 아파트에서 천경자 화백의 그림 등 미술품과 골동품 140여 점을 압수했다. 또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6만6115㎡(약 2만 평) 땅의 실 소유주가 허 전 회장인 것을 밝혀냈다. 땅과 미술품·골동품은 허 전 회장이 내지 않은 세금 147억원을 환수하는 데 우선적으로 쓰인다.

 국내외에 재산이 있지만 허 전 회장은 벌금을 내는 대신 50일간 ‘일당 5억원’ 노역을 택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산을 처분하면 벌금을 낼 수 있는데도 노역을 허용해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허 전 회장의 실질 노역 일당이 5억원보다 훨씬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말·휴일 등 노역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서다. 출감일에도 일하지 않는다. 교도소에 들어간 뒤 처음 맞은 평일인 지난 24일에는 건강검진을 했고, 25일 오전에는 생활수칙 교육을 받은 뒤 오후부터 쓰레기 분리수거와 연탄재 치우기 등을 했다. 25일엔 반나절, 즉 0.5일만 노역했다. 예정대로 5월 9일까지 노역을 했다면 30.5일 일하는 것으로 벌금 254억원을 대치하게 된다. 이렇게 계산한 일당은 8억3300만원이다. 하루 8시간 노역으로 따지면 시급은 1억원이 넘는다.

장대석·이가영·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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