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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명 숨진 형제복지원 27년 만에 문닫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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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강제 노역과 구타, 암매장 등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던 ‘형제복지원’에 대한 허가 취소가 추진되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한 1987년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박모(84) 원장 일가가 운영해왔다. 부산시는 26일 “박씨와 아들이 법인 재산을 횡령하는 등 불법 사실이 적발된 데다 법인의 정상 운영이 불투명해 설립 허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2012년 8월 ‘형제복지지원재단’에 대한 특별지도점검을 통해 불법행위를 적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박씨 부자는 재단 소유의 부산시 강서구 대지 매각 대금 12억6000만원과 수익사업체인 사상구 해수온천 수익금 5억8000만원 등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부자는 지난해 10월 횡령과 사기혐의로 기소됐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재단 대표이사인 박씨의 아들을 해임하도록 명령했다. 형제복지원은 2009년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 118억원을 갚지 못해 해수온천 건물이 가압류된 상태다. 부산시 김종윤 장애인 복지과장은 “형제복지원의 재정 상태를 볼 때 스스로 법인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시설에 수용 중인 40명 이상의 중증장애인 이전 대책 마련 등 고려할 게 많아 취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87년 3월 전국 최대 부랑아 수용시설이었던 이곳의 원생 1명이 구타로 숨지고 35명이 탈출한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 12년 동안 형제복지원에서 531명이 숨진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시신은 300만∼500만원에 의과대학 해부 실습용으로 팔렸다. 복지원 내에 성폭행이 만연했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박씨는 특수감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특수감금 혐의는 무죄가 인정돼 징역 2년6개월 형을 받았다. 박씨는 89년 7월 만기 출소한 뒤 그해 12월 법인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출됐다.

 이후 박씨는 욥의마을·느헤미아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복지원을 운영했다. 부랑아 대신 장애인을 수용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박씨가 형제복지원의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이름을 자주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 25일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 진 의원은 “지금이라도 박씨의 불법구금, 폭행 등에 대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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