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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종교귀의가 늘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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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성당과 교회 등을 통해 종교에 귀의하는 젊은층(20대)의 수가 73, 74년을 경계로 부쩍 늘고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주목을 끌고있다. 성당과 각 교회를 대상으로 세례(「가톨릭」은 영세)교인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70년대 초부터 젊은층의 비율이 점차 늘기 시작, 73, 74년에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지난해는 74년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율을 나타내고있다.
「가톨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서울명동성당의 경우, 70년 이전까지는 1년에 1천명 미만의 사람들이 영세를 받았었다.
김유종 신부(명동성당)의 설명에 따르면 71년 전체 영세자 1천4백52명중 1천45명(72%)이 20대였고 72년에는 1천5백54명 중 1천1백65명(75%)이, 73년에는 1천5백29명 중 1천3백14명(86%)이, 74년은 1천6백79명중 l천5백12명(90%)이, 지난 해는 1천8백29명 중 90%인 1천6백46명이 대학생 중심의 젊은 층이었다고 한다. 김 신부는 이같이 젊은 층의 숫자가 많은 것은 대부분 세례를 받는 나이가 20대인 것도 한 원인이지만 한편 청년문화·퇴폐풍조 등으로 일반사회의 비판적인 평가와는 달리 젊은이들은 삶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지가 아닌 혜화동성당의 경우도 젊은이가 차지하는 절대수는 적지만 증가율은 마찬가지. 70년에는 전체영세자가 4백80명으로 그 중 34%가 20대였으나 74년에는 40%, 75년에는 반이 넘는(55%) 급증현상을 보이고있다.
개신교인 서울영락교회의 경우는 이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71년 세례자 4백70명 중 20대는 3백68명인 78%, 73년에는 5백74명 중 89%, 74년은 6백90명 중 70%, 75년은 6백37명 중 73%가 20대의 젊은 층인 것으로 추계되었다. 이 교회 이성재 목사는 현재 2만명의 전체교인 중 60%가 35세미만의 젊은 신자라고 밝히고 70년대부터 교인의 연령 평균이 그 전보다 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원인을 사회의 격변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양심의 길을 걷는 기독교적인 자세가 젊은이에게 많은 감동을 줬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했다.
새문안교회도 영락교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있다. 70년대 이전의 세례자 평균은 67.4%에 지나지 않았다. 그 후 71년에 75%, 72년 59%, 73년 69%, 74년 95%, 75년 70%의 비율을 나타내고있다. 특히 74년에는 전체 세례자 83명중 79명이 대학생중심의 젊은층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불교의 경우도 70년대 초를 기점으로 젊은 신도의 수가 증가했다.
도선사의 경우 각종 수계(보살계·거사계·비구계 등)를 받는 사람 중 젊은 층의 비율이 70년대 이전에는 30%미만이었지만 75년의 경우는 40%를 웃돌고 있다.
젊은 청소년을 상대로 많은 설법을 하고 있는 광덕스님(월간 『불광』지 발행인·대각사법사)은 불교신자의 평균연령이 젊어진 원인을 현 사회의 가치관 부재·사회적인 불안·한국고유사상으로서 불교철학의 재인식 등이 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학자들도 대개 이 같은 경향과 원인을 인정했다. 이대 황응연 교수 (심리학·학생생활지도연구소장)는 젊은이들이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자아를 찾지 못하고 핵가족화 과정에 있는 한국의 가정에서 대화의 상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 원인을 설명했다. 이 밖에 연대의 이규호 교수(철학)는 70년대 초부터 강렬하게 주목을 받게된 종교활동의 영향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옛날의 신도들처럼 종교의 내세관이나 천당·극락세계 등 신비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회 속에서 느낀 젊은이 자신의 문제에서 종교를 찾게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종교인과 학자들은 종교를 찾은 젊은이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종교는 더욱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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