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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끈질긴 투쟁정신으로 작품을…|(대담)조승기<76년 「중앙문예」 소설당선>-조해일<70년 「중앙문예」 소설당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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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해=축하합니다. 나도 경험했지만 신춘문예당선은 무엇보다 기쁘고 값진 새해 선물인 것 같아요. 『돌을 던지는 여자』는 시적인 문장에 의한 비유, 암시적 수법이 「르·플레지오」 의 작품들을 연상케 하더군요.
조승=「르·플레지오」를 좋아하지만 영향받지는 않았어요. 10여년 동안 시만을 써왔고 소설은 이번 처음 써 본 것인데 당선되고 나니 오히려 어리둥절해집니다.
조해=처음 쓴 소설인데도 대화의 재치, 표현의 신선도가 신인다우면서도 완숙미를 느끼게 해주더군요. 첫 소설이면 대개 「모델」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조승=「모델」은 있지만 여주인공의 이름과 성격만 빌렸어요. 마감을 5,6일 앞두고 정신없이 써대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소설을 쓰더라도 여자이야기밖에 못 쓸 것 같다는….
조 선배의 『겨울여자』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읍니다만 여자만이 갖는 맑고 깨끗한 사랑이야기는 언제나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겠어요.
조해=하지만 소설이 반드시 재미만 추구해야할 것이냐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돌을 던지는 여자』나 『겨울여자』나 단순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승=작가의 소재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폭력의 횡포로 무너져 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린 조 선배의 작품들이나 황석영·조선작씨의 작품들도 열심히 읽었으니까요.
조해=조형은 매우 건강한 체격인데 뭐 운동이라도 하십니까. 문학과 운동이라면 거리가 있는 듯 싶은데.
조승=태권도가 3단이고 약10년 동안 「보디·빌딩」을 했어요. 문학이 건강하려면 신체부터 건강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조해=「미시마·유끼오」를 연상케 하는군요.(웃음) 10년 동안 문학공부를 했으면 우선「데뷔」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조승=좀 우스운 이야기 같습니다만 문학을 하겠다고 작정하고 난 후부터 문인이 되는 것 보다 이름난 문인들을 만나는 일이 더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작가대접을 받는 것은 언제까지나 쑥스러운 기분으로 남아있게 된 것 같아요.
조해=유일한 작품을 중앙일보에 투고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읍니까.
조승=『돌을 던지는 여자』는 실은 얼마 전 김동리 선생의 강의시간에 「리포트」 형식으로 제출했던 것입니다. 그때는 30여장의 짧은 작품이었는데 그때 김 선생님으로부터 재치 있고 「샤프」하다는 격려의 말씀을 들었어요. 이것을 하나의 단편으로 완성해놓고 선뜻 중앙일보를 택한 까닭은 70년대에 들어 중앙일보의 신춘문예 당선소설이 가장 우수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읍니다.
조해=조형은 비교적 운 좋게 「데뷔」했다고 볼 수 있는데 「데뷔」도 중요하지만 「데뷔」이후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보다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읍니까.
조승=아직은 얼떨떨한 기분이 그대로 남아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겠어요.
그러나 하나라도 제대로 된 작품을 남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바른 정신자세와 꾸준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 조 선배는 「데뷔」이후 어떻게 활동 하셨읍니까.
조해=「데뷔」도 어려웠지만 「데뷔」이후의 활동도 순탄치는 않았어요. 아무리 공들여 작품을 써도 그것이 남에게 우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껴질 땐 비참한 좌절감이 앞서곤 했지요. 글쓰는 일은 한마디로 끈질긴 투쟁입니다.
조승=저도 조 선배께 투쟁방법을 배워야겠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겠읍니다만 애정을 가지고 계속 격려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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