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男, 이마에 과도 꽂힌채 한달 생활

중앙일보

입력

 
경남 진주시에 사는 정모(49·노동)씨는 부러진 과도 8㎝가 이마에 꽂힌 채 한 달째 생활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과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다 사망하거나 반신불수가 될 수 있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6시30분 진주의 한 인력파견업체 사무실에서 동료근로자 여모(35)씨가 휘두른 과도에 이마를 찔렸다. 여씨가 작업현장을 무단으로 벗어난 사실을 정씨가 작업반장에게 말했다는 것이 싸움의 이유였다.

정씨는 급히 동네의원에 이어 진주 경상대병원을 찾아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을 한 결과 과도는 부러진 채 양쪽 눈썹 사이 8㎝ 깊이로 박혀 있었다. 과도는 원래 손잡이를 포함해 20㎝ 정도였다.

하지만 경상대병원은 더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정씨는 구급차를 타고 다시 서울아산병원에 갔지만 역시 수술을 받지 못했다. 과도가 머리 쪽 대동맥을 건드리거나 신경을 누르고 있어 제거수술을 하다 숨지거나 반신불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었다. 이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도 갔지만 마찬가지였다.

진주로 돌아온 정씨는 경상대병원에 입원했다가 항생제투여 말고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지난 17일 퇴원했다. 정씨는 식사·대화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안면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정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여씨는 살인미수혐의로 구속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진주=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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