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개발 임박 '퀸즈 윌레츠포인트'를 가다

미주중앙

입력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퀸즈 윌레츠포인트. 뉴욕시정부의 부지 매입에 따른 장소 이전으로 상당수 업소가 문을 닫아 거리가 황량하다. 일부 인부들만 남아 소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다. 1차 개발 지역에 있는 한인 업소들은 이전 장소를 찾지 못해 한 숨만 쉬고 있는 실정이다.

거리는 텅 비고 비포장 도로의 먼지만 황량하게 날렸다. 재개발이 임박한 퀸즈 윌레츠포인트를 찾은 22일 자동차 중고 부품 업소들이 즐비했던 거리엔 쓰레기와 버려진 부품들만 나뒹굴며 을씨년스러웠다.

미 프로야구 뉴욕 메츠 홈구장 '씨티필드'를 중심으로 1 2차로 나뉘어 개발될 예정인 윌레츠포인트에서 1차 개발 대상 지역으로 분류된 126스트릿 인접 지역의 업소들은 모두 철문이 굳게 닫혀있고 각 업소의 철문엔 "쓰레기 투기 금지"라고 쓰인 뉴욕 시정부의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텅빈 거리엔 일자리를 잃어버린 일부 인부들만 남아 소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윌레츠포인트에는 현재 6~7곳의 한인 업소들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이 자동차 정비 업소들이다. 이 가운데 1차 개발 대상인 126스트릿 인근 지역에는 두 곳의 한인 업소가 있다.

이 지역 한인 업주들에 따르면 시정부와의 토지 매매 절차가 완료돼 이미 문을 닫은 업소 중에는 한인 업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곳도 시정부의 토지 매입 절차가 완료되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하지만 20여 년을 이 곳에서 장사해 온 한인 업주들은 다른 곳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이전할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126스트릿을 사이에 두고 씨티필드와 한 블록 거리에 있는 '리취 자동차 정비바디' 김종덕 사장은 "다른 건 몰라도 이 사업체를 운영할 대체 장소를 찾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23년째 이 곳에서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정비소라는게 각종 기계며 장비들까지 모두 옮겨야 하고 충분한 작업 공간과 차들을 세워놓을 수 있는 면적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만한 규모의 부지를 찾는 것도 힘들지만 리스와 렌트 수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장소를 바꾸면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단골 고객도 잃어버려야 하고 새 장소에서 자리잡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시정부가 윌레츠포인트의 상인들을 위해 브롱스 헌츠포인트에 마련한 매체 부지에는 일부 업소들이 이전했거나 앞으로 이전할 예정이지만 김 사장은 브롱스로의 이전을 거부한 상태다.

그는 "퀸즈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했는데 브롱스로 옮기는 것은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며 헌츠포인트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그의 업소가 위치한 곳을 포함한 한 블록 전체를 한 건물주가 소유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가게 문은 계속 열고 있지만 조만간 매매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언제라도 떠나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더구나 시정부의 개입으로 현재 건물주가 리스 재계약도 하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시정부가 적당한 장소를 찾아준 뒤 새 장소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최소 1년 동안은 렌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리취 정비소에서 불과 100m도 되지 않는 126스트릿 선상에 자리한 또 다른 한인 정비소 '베스트오토바디'의 업주는 "아예 문닫고 은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업주는 "1990년부터 이 곳에서 사업을 해 왔는데 재개발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며 "이제는 예전처럼 사람을 쓰면서 가게를 운영하기도 어려울 정도고 나도 힘이 들어 이번 기회에 문을 닫으면 은퇴할 생각"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우리 업소와 리취 정비소의 건물주가 같은 사람인데 당장 시정부와 토지 매매가 완료돼도 입주 업소들에게는 어느정도 장소 이전 물색과 사업체 정리 시간을 줄 것"이라며 "현재 진행과정을 보면 몇 개월 안에 매매가 완료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올해 안으로는 업소들의 장소 이전이 어느정도는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개발 대상 지역에 있는 '이모세 자동차 정비'의 이모세 사장은 "우리 업소는 아직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하지만 윌레츠포인트 재개발 소식이 하도 오래전부터 나와 손님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정부는 윌레츠포인트 재개발 사업 강행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곳에는 하수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인데 최근 노던블러바드에서 윌레츠포인트로 들어오는 입구에 1년여의 공사를 거쳐 하수 시설을 새로 건설했고 현재 마무리 도로 포장공사가 한 창이다.

삼각형으로 생긴 지형에 자동차 중고 부품과 폐차장 등이 모여있어 '철의 삼각지'라고도 불리는 62에이커 규모의 윌레츠포인트를 주상복합 단지로 개발하는 것이 시정부의 재개발 계획이다.

이 가운데 올해 시작될 예정인 1차 개발은 씨티필드 서쪽 주차장 부지에 대형 쇼핑몰 건설을 포함해 씨티필드와 마주보고 있는 126스트릿 일대를 호텔(객실 200개)과 상업 단지(3만 스퀘어피트)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완공 목표는 2018년. 서민아파트(1176가구)를 포함한 3360가구의 주거단지와 40만스퀘어피트의 컨벤션센터 등을 골자로 한 2차 개발은 2028~2032년 완공 목표로 진행된다.

윌레츠포인트 프로젝트는 그동안 상인들의 장소 이전 거부로 난항을 겪어왔다. 지금도 개발에 반대하는 업주와 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커뮤니티 관계자들은 22일 토니 아벨라(민주·11선거구) 뉴욕주상원의원과 함께 집회를 열고 빌 드블라지오 시장에게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벨라 의원은 "씨티필드 주차장은 플러싱 메도코로나파크의 일부인 공원"이라며 "공원을 재개발하는 것은 주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를 무시했고 신임 시장이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는 30여 명의 주민들과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