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정원 질긴 악연 … 수사 때마다 자살·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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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악연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수사를 받던 국정원 간부가 자살이나 자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수사에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1998년 3월 권영해(현 국가정보원장) 전 안기부장이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별조사실 화장실에서 수사를 받다가 문구용 칼로 할복 자살을 기도했다. 북풍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밤샘 조사를 받은 직후였다. 다행히 2시간여의 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검찰은 2005년 안기부의 ‘도청’ 사건 수사 당시 사상 첫 국정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국정원장이 검찰 출신 김승규씨였다. 수사 과정에서 김영삼 정부 때 특수도청팀인 ‘미림’의 전 팀장 공운영씨가 분당의 자택에서 자살을 시도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4개월 뒤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동시에 구속됐다. 며칠 뒤엔 국정원 2차장을 지낸 이수일 당시 호남대 총장이 관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전 차장은 주요 피의자도 아니었지만 과거 상사들의 구속에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때 국정원은 “특수부 출신인 윤석열 수사팀장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3개월 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국정원 수사에 불만을 가진 정권 핵심의 채 총장 찍어내기”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윤 팀장이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항명’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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