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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안만 거듭 쇄신하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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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박유미 기자 중앙일보 기자
박유미
경제부문 기자

‘뼈를 깎는 자세로 쇄신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받는 감독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의 쇄신 방안을 보고하였음.’

 금융감독원이 2011년 5월 4일 내놓은 보도자료 내용의 일부다. 저축은행에서 뇌물을 받고 부실을 눈감아준 금감원 직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되던 때다. 쇄신안에는 임직원을 금융기관 감사로 추천하던 관행을 없애고, 직원 윤리강령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금감원은 다시 쇄신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초부터 카드사 고객 정보유출 사건이 터진 데다, 팀장급 간부가 업자에게 수년간 해외 골프 접대 등을 받고 대출사기 검사 내용을 미리 알려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마련 중인 쇄신안은 국장급 이상 간부 2~3명을 외부 인사로 영입하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사전 신고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감찰실 조직을 원장 직속으로 독립시키고, 특별검사국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쇄신안이면 충분할까.

 금감원 임직원 행동강령을 들여다봤다. 2003년 6월 24일 제정된 이후 2011년 12월 31일까지 9차례나 개정됐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금융회사 감사추천 금지 조항(제9조의4)도 이미 2011년 말(최수현 금감원장이 수석부원장이던 시절)에 신설됐지만 최근 현직 간부가 지방은행 감사로 내려가려는 시도를 최 원장은 묵인했다. 지킬 의지가 없는 행동강령은 뭐하러 만든 것인가.

 금융기관 감독·검사,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중요한 공적 업무를 담당하면서 퇴직 후의 자리까지 챙기려 하면 과욕이다.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금피아(금감원 출신과 마피아를 결합한 조어)’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팀장급 직원이 다른 동료에게 검사 정보를 듣고 대출 사기범에게 이를 알려준 것도 따지고 보면 공인이라는 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금감원의 쇄신을 위해 진짜 필요한 건 윤리강령 강화가 아닌 실천과 모범이다.

박유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