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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려면 남이 쉴 때 뛰어야"|박 대통령, 수출유공자접견 환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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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은 26일 낮 수출진흥확대회의가 끝난 뒤 중앙청 식당에서 1억「달러」이상 수출한 8업체대표와 철탑산업훈장을 받게 될 3명의 근로자 등 11명과 점심을 함께 들며 환담했다.
이 자리에는 2억「달러」수출의 이은택 삼성물산 사장을 비롯해 김우중(대우실업 회장), 정주영(현대조선 회장), 김한수(한일합섬 사장), 양정모(국제화학 사장), 김석원(쌍용산업 회장), 박태준(포항제철 사장), 백영기(동국무역 사장)씨와 안태섭씨(한국기계), 임금호씨(태화고무), 김동훈씨(동양고무)등 3명의 근로자, 그리고 남덕우 부총리·김용환 재무·장예준 상공 등 경제부처장관, 김용완 전경련 회장·태완선 상공회의소 회장·박충훈 무역협회장·김봉재 중소기업 중앙회장 등 경제4단체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다음은 대화내용.
▲박대통령=금년 같은 어려운 여건에서 수출증대를 위해 노력한 노고를 치하합니다. 한가지 기이한 일은「골프」채 자료라고 감나무를 수출하는데 그러다가는 감나무가 남아나지 않겠어요.
수출도 좋으나 감나무수출은 단속하는 게 좋겠어. 금년도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7억「달러」를 수출해야 하는데 큰 업체가 앞장서야 지만 수출고가 올라갑니다. (포항제철 박태준 사장에게)제철부문은 올해 어떠했습니까.
▲박 사장=제철부문은 양적으로 목표량의 97%를 달성했으나 세계적인 가격하락 때문에 양에 비해 금액이 목표액에 미달했습니다.
▲정주영 회장=조선업계는 금년에 만들어 놓은 것을 찾아가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78년에는 조선업계의 국제경기가 틀림없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박 대통령=64년에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한 날을 기해서「수출의 날」을 제정했는데 그때 상공장관이 박충훈 회장이었죠.
▲박 회장=네 그렇습니다. 그때 일을 돌이켜보니 금석지감이 있고 감개무량합니다.
▲박 대통령=수출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발전하려면 남이 빨리 뛸 때 우리는 그보다 더 빨리 뛰어야 하고, 또 남들이 쉬고 있을 때라도 우리는 계속 뛰어야만 발전할 수가 있습니다. 안 된다고 만하고 있으면 발전은 할 수 없습니다.
▲정주영 회장=저는 이번에 중동지역을 가보고 중동지역은 상품수출보다 건설수출이 앞지를 수 있는 유망한 지역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곳은 비가 많이 오지 않고 춥지 않은 기후인데다 우리의 노동력이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수출이 유리합니다.
▲박 대통령=수출하는데 기업체에서도 많이 노력했지만 근로자들의 노고도 대단히 컸습니다.
(김석원 회장을 보고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계승해서 잘하고 있다는데 주로 무엇을 수출하고 있나요.
▲김 회장=앞으로는 경공업 품보다 중공업 품을 수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국제화학 양정모 사장에게)신발류는 어느 나라에 많이 수출합니까. 김우중 회장은 어때요.
▲김 사장=지금까지는 수출 60%를 섬유류에 의존해 왔습니다.
▲김한수 사장=내년에는 2억「달러」를 수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중화학공업이 발달할 때까지 기존시장을 가지고 있는 섬유류수출에 주력하겠습니다.
▲남 부총리=업계에서는 지금까지의 타성으로 몇몇 특정나라들과 경제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 앞으로는 북「유럽」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나가도록 눈을 돌려야 됩니다.
▲박 대통령=한국기계의 안태섭씨가 어느 분입니까. 30년 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했다는데 훌륭한 일입니다.
지금 맡고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안씨=제조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안 부장은 차량제조의 신 공법을 개발하는데 공이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직장에 근속하며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아주 큰 것입니다. 임 여사가 와 계시다는데 어디 계십니까. 얘기 좀 합시다. 임 여사의 공장은 어디 있습니까.
▲임금호 여사=부산 가야에 있습니다. 직책은 제 봉 조장입니다.
▲박 대통령=회사의 수출관계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얘기해 보시지요.
▲임 여사=태화고무에는 종업원이 8천명이 있는데 신발류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수출목표가 3천6백만「달러」인데 금년목표는 거의 다 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수출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수출목표를 잘 알고 있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임 여사는 품질향상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고 들었는데 23년간이나 거기서 일하면서 아이 둘을 훌륭히 길러 대학까지 보내고 있으니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초봉은 얼마죠. 임 여사는 현재 얼마나 받고 있습니까.
▲임 여사=처음에는 4만원정도지만 기능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8만원정도입니다. 금년추석에「보너스」1백%를 받았습니다.
▲박 대통령=그 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그렇게 큰 일을 해낸 것에 대해 치하 드립니다. 동양고무의 김동훈씨도 와 계시지요. 김씨도 23년간이나 한 공장에 근무했다는데 지금은 무슨 일을 맡고 계십니까.
▲김씨=「롤러」기술을 맡고 있습니다.「롤러」기술은 신발류를 수출하는데 고무를「롤러」로 깨끗이「홀링」하는 일입니다.
▲박 대통령=여기와 있는 기업인이나 근로자들은 그 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여러분들과 같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진실로 애국을 하는 길입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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