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愚문賢답] ‘공장 밥 먹는 사장’ 별명 … 생산성 40% 높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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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호 20면

“우리 맥가이버 분임조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세계 1등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답은 현장에 있어, 이 친구야” ③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

지난해 12월 19일 조원을 대표해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에게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 회사 평택공장 안두헌 조장의 머리엔 2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들은 자동차 운전석 액셀러레이터 페달 밑 ‘로워 샤프트’ 볼트를 조일 때 사용하는 플래시 달린 전동공구 등을 개발해 작업시간을 대당 14초 단축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을 크게 경감시켰다.

이 ‘등 달린 전동공구’는 조원들의 혁신 노력으로 진화했다. 처음엔 일반전구 한 개를 달았지만 지금은 LED 등 세 개가 달려 있다. 배터리도 수시로 교체해야 하는 1회용을 사용하다가 충전해 쓸 수 있는 2G 폰 배터리로 바꿨다. 자체 개발한 이 공구 덕에 안전사고 위험이 줄어 맥가이버 분임조는 500일째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맥가이버 분임조가 상을 받은 행사는 ‘CEO 한마음 라운드 워크’다. 2007년 시작된 이 행사는 사장이 생산현장을 찾아 우수 분임조의 공정 개선 및 혁신 사례 발표를 듣고 포상한다. 목적은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 붐을 일으키기 위해 우수 사례를 연중 발굴한다. 이 사장 부임 후인 2010년 이래 연 4만6000여 건의 제안이 접수, 연평균 760건이 분임조 활동으로 채택됐고 이 중 63건에 대해 현장개선 활동을 완료했다. 그 과정에서 현장에 활력이 생겼다.

쌍용차는 지난해 11월 제39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과 분임조 부문 금상을 받았다. 전년도에 이은 2년 연속 금상 수상이다. 5년간 지속된 우수 분임조 발굴과 포상이 발판이 됐음은 물론이다. 가장 큰 수확은 무엇보다 과거엔 생각도 못 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많은 개선점이 있고 실제로 해보니 공정이 개선되더라는 인식이 조직 안에 생겨난 것이다. 이유일 사장은 현장을 찾으면 라인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그때마다 직원들에게 작업용 장갑을 벗지 말라고 한다. 400명 이상과 악수를 나눌 때도 있다. 이 회사 법정관리인 시절엔 전 임직원과 네 차례에 걸쳐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파산 위기의 회사를 살리자고 호소했다.

급여 삭감에 보너스도 제대로 못 받는 시절을 겪는 동안 현장 인력의 잔업에 대한 불만도 잦아들었다. 요즘은 되레 그에게 “잔업을 해도 좋으니 일감을 더 따오라”고 주문한다. 그는 평택공장에 근무하는 날이면 구내식당에서 아침·점심 식사를 해결한다. 바쁜 날이 아니면 손수 식판을 들고 직원들 틈에 줄을 선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사원증을 센서에 갖다 대 식권을 발급받아 식권 통에 집어넣는다. 이렇다 보니 “역대 사장 중 저렇게 끈질기게 공장 밥 먹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소리가 나온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자동차 14만5649대를 판매했다. 정점이던 시절 16만 대를 팔았지만 인력이 7000명에서 4500명으로 감축된 점을 감안하면 40% 이상 생산성이 향상된 셈이다. 노동 강도가 높아졌지만 현장 분위기는 더 밝아졌다. 벼랑 끝 위기를 겪으며 회사가 소중하다는 공감대가 구성원들 사이에 생겨난 덕이다. 안 조장은 “로워 샤프트 공정 개선으로 작업 효율이 20~30% 향상되면서 사기가 오르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사기 진작엔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뉴코란도 C도 한몫했다. 현장에서의 낭비도 크게 줄어들었다. 과거엔 제품 불량으로 인해 조립 라인이 서는 일이 잦았다. 현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가동률이 높아져 맥가이버 조의 경우 지난 2월 목표치인 98%를 초과해 가동률 99.9%를 기록했다.

이 사장은 주말이면 쌍용의 SUV 모델을 몰고 드라이브를 한다. 품질 등에 불만이 있으면 월요일 아침 본부장 회의 때 지적한다. 렉스톤을 타보니 후방 카메라의 각도가 잘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식이다. “이 모델은 시트에 주름이 지고 저 모델은 컵홀더에 컵이 잘 안 들어가더라”처럼 그의 지적은 구체적이다. 체어맨에 대해 뒤쪽 문 폭에 비해 의자가 크다고 지적해 의자 크기를 줄인 일도 있다. 쌍용자동차는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이다. 쌍용그룹이 공중분해된 데다 쌍용의 이미지가 실추된 탓이다. 외국 사람들이 발음하기 힘들다는 점도 고려됐다. 내년엔 3년 만에 소형 SUV 모델을 새로 내놓는다. 2016년에도 새로 구상 중인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3년 앞을 내다보고 미국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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