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침투 북괴간첩 단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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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앙정보 부는 22일 북괴의 지령에 따라 모국유학생을 가장하여 국내에 잠입, 암약해 오던 학원침투 간첩단 일당 21명을 검거,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혐의로 서울지검에 구속송치하고 관련용의자를 계속 수사중이라고 발표했다. 중앙정보부는 이번에 적발된 간첩사건은 북괴가 그들의 공작원을 유학생으로 가장, 서울대·한국신학대·부산대를 비롯, 고려대·가톨릭 의대 등 학원에 침투시켜 통일혁명 당 지도부를 학원 안에 구성, 지하 망을 조직하는 한편 학생·종교인·지식인등을 선동하여 사회불안과 혼란을 조성, 이를 틈타 국가변란을 꾀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기사 6, 7면에>
수사기관은 관계자들의 검거와 함께 이들이 갖고 있던 ▲기본암호 표·신호일람표·난수표 등 통신조직 암호 문건 ▲활동상황 보고용 극 세미 사진촬영 카메라 ▲북괴방송지령 수신용 트랜지스터·라디오 ▲불온전단제작 등 사 용구와 공작금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수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사건의 재일 북괴공작 거점 책 오청달(31·대판생야구 거주·계성학원 원장)은 재일 교포인 김귀웅·안일수·백옥광 등을 포섭, 대판에 소위「김일성 주의 연구회」라는 북괴노동당의 당 세포를 조직하고 모국유학 희망자들에게 조국의 풍습과 한글을 강습한다는 구실로「씨알서당」「계성학원」「백두학원」「학습당」등 강습소와 자금조달을 위한 사 금융업체인「천리제일상사」등 위장업체를 운영하면서 공작원을 물색, 북괴에 들여보내 간첩교육을 받게 한 다음 모국유학생을 가장시켜 국내에 침투시켰다는 것이다.
수사관계자는 이들에게 부여된 공작임무는 ▲학원 및 종교계에 침투하여 통일혁명 당 지도부 및 한국민주청년동지 회를 구성하고 동조세력을 모아 지하 망을 구축하며 ▲「구속 자 석방」「언론자유보장」「유신철폐」등을 구실로 청년·학생·지식인·언론인등을 선동, 반정부데모를 하게 하고 ▲학생 및 종교인들의 반정부운동을 전국에 퍼지도록 선동하는 것 등이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북괴의 지령에 따라 백옥광(27·대판한국청년회의소 홍보위원)은 간첩 오청달 등과 함께「씨알서당」등을 운영하면서 68년 7월부터 75년6월 사이 3차례나 청진항을 통해 북괴를 왕래하면서 노동당에 가입, 간첩교육을 받았으며 지난10월까지 5차례나 국내를 왕래하면서 각 대학에 침투시킨 간첩망을 점검하고 국가기밀을 수집, 북괴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또 김오자(24·부산대사학과3년)는 75년1월 입북, 노동당에 입당하고 간첩교육을 받은 다음 2월 하순 국내에 잠입하여 부산대 안에 이른바 통일혁명 당 지도부를 조직한 뒤 각급 불온전단을 만들어 뿌렸으며 한신대 대학원2년에 재학중인 김철현(29)은 73년 3월 입북, 간첩교육을 받은 후 74년 4월 모국유학생으로 위장, 한신대에 입학한 후 75년 4월까지 15차례에 걸쳐 각종 반정부 학생소요를 배후에서 선동, 조종해 왔다는 것이다.
중앙정보부는 검거된 간첩들 가운데 재일 교포 유학생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들의 검거와 현재 진행중인 조총련계 재일 동포의 모국방문사업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괴가 상투적인 허위선전으로 재일 동포의 모국방문사업을 방해할 것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앙정보부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 20여명의 학생들이 일시적 잘못으로 이들 일당과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으나 계속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훈계 방면했으며 기타 간첩혐의가 짙은 자들에 대한 수사가 엄중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교포유학생이나 국내학생 등 순간적인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12월10일까지 수사기관에 자진 출두하거나 서면으로 자수하면 최대한의 관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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