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겪는 브라질 언론인들|구금 중이던 가자 사망으로 정치문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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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파울루=허 준 통신원】브라질은 지금 언론인·학생들에 대한 체포사태와 함께 구금 중이던 한 기자의 자살사건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켜 정치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상파울루 12채늘 방송국의 블라디미르·헤르조그 기자(38)는 경찰에 연행 돼 간지 수시간 후에 시체로 나왔다. 헤르조그의 사망에 대해 2군사령관 에드와르도·다빌라 장군은 『지난 수일간에 있었던 다른 많은 언론인들과 마찬가지로 헤르조그는 불법화된 공산당을 재건하려는 계획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자백 서를 쓰도록 독방에 혼자 두었더니 자살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상파울루대의 신문학교수이기도한 헤르조그는 지난27일 8백여 명의 야당정치인·언론인·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탄 탄의 유대인묘지에 조용히 묻혔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계에선 헤르조그의 사인을 다시 조사 발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브라질 신문협회와 상파울루 기자노조에서는 헤르조그의 사인을 다시 조사하고 그의 사망전후의 자세한 상황을 밝히라고 항의문을 전달했다.
이 문제는 의회에서도 거론되어 야당인 브라질 민주운동(MDB)의 프랑코·몬토로 상원의원은 지난28일 상원에서 『상파울루에서 70명이 넘는 대학생·신문기자가 군에 체포되는 등 사회전반에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야당대변인은 체포된 사람들이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전복활동이나 음모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주장, 『이런 종류의 체포행위는 인권이 무시된 채 흔히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상파울루 신문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주거가 확실하고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신문기자들이 집과 사무실에서 임의로 체포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질 신문협회와 상파울루 리오데자네이로 신문협회는 체포된 언론인들이 흔히 법에 허용되는 기간을 넘어 외부와 연락이 끊어진 채 구금되고 있으며 이러한 체포행위에는 불필요한 신체적 폭력이 수반되고, 가족들은 이들이 정보국에 의해 구금돼 있는지 아니면 폭력배에 의해 유괴돼 있는지 조차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헤르조그 기자의 자살에 대해 격한 비난을 퍼부어 군부의 감정을 건드렸던 파하나주 출신 MDB소속 레이테·사바스 상원의원은 군정 령 제5호에 의해 의원직이 박탈될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도는 가운데 4일 상원에서 해명발언을 했다.
그는 『나는 상파울루 군경에 의해 신문기자가 체포되어 취 체를 받는 것은 비판했으나 군대를 비난한 것은 아니다』면서『군은 정당의 위에 서 있고 국가의 안 녕을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러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복잡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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