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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담 뒤에 검은 돈줄 뇌물풍조 물드는 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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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부정부패는 가장 무서운 역병. 프랑스 인들은 뇌물이라면 론·놀과 터우를 연상하며 미국을 그 온상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프랑스도 큰소리칠 입장이 아닌 듯.
얼마 전 전직 공군참모총장에다 하원부의장인 스테렝 장군이 미국의 항공산업으로부터 정기적인 사례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의문의 죽음을 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뇌물사건의 표본이지만 대체로 프랑스에는 부정부패나 뇌물문제가 거론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푸르카르 재무상은 작년도 기업들의 탈세적발 결과를 보고 부정부패가 있음을 시인했다. 파리의 한 미국실업가의 변호사는『뇌물은 수입세와 다소 성격을 같이 한다』며 『그것은 개인의 사업과 국가의 사업을 혼돈 하는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의 특성』이라고 강조한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카멜·B·롬단은 지난5월 프랑스의 항공자재 판매회사에 대해 4천만 프랑(1천만달러)의 커미션을 요구했다. 리비아가 5년전 미라지 전투기 1백10대를 구입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의 변호사는 파리의 법원에서 당연히 롬 단이 이 사례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에서는 신비의 사나이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역중개인 아드난·카쇼기에게 프랑스가 자랑하는 탱크 AMX30을 사우디에 판매하면서 판매 금의 7·5%를 사례금(?)으로 주었다. 사우디의 상인이 주머니에 넣은 돈은 4천5백만 달러나 된다. 아랍산유국의 석유 상이 최근에 파리에 머물렀을 때 그는 최고급 호텔에서 최고급으로 파리를 누비며 놀았다.
그의 모든 계산서가 괴이하게도(?) 프랑스의 모 석유회사 사장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울며 겨자 먹기」지만 석유회사가 계산하기 않으면 안되었다.
또 어느 은행은 거대한 수출계약을 보증하는데 있어 1백5%를 지불한다는데 동의한 적이 있다. 나머지 5%를 어디에 쓰는 것일까? 아마도 이 5%는 브로커에게 사례금(?)으로 나가는 예상금액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같은 검은 돈은 스위스 은행의 구좌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랑스에서 뇌물의 유형은 4가지. 먼저 서비스다. 어느 회사는 굵직한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기기술자 2명을 고용, 전기고장 시에 재빨리 파견해 값싸게 고쳐 주는 등의 방법. 다음은 선물로 백화점등이 흔히 하는 비누·치약 등의 무료제공. 또 국제적인 호텔업자는 신문기자를 미국에 초청, 뉴요크나 마이애미의 자기 호텔에 투숙시키는 선전방식 등. 셋째 번이 현금거래다.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지나 운전면허취득이나 신규건축허가가 금지된 파리 시내에 새 아파트를 짓는 예외적인 사업(?)에 이것이 존재한다는 설이다. 마지막으로 수취인의 이름을 안 쓴 수표의 제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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