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인전을 화갑전으로 여는 조각가 김종영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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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술가는 농사꾼과 같아서 정직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평소에 꾸준히 가꾸고 다듬다가 결실하게 될 뿐이지요.』 제자들과 동문들의 끈질긴 권유로 첫 조각 개인전인 화갑전을 갖게 된 서울대 미대 김종영 교수(60·전 학장).
과묵한 선비형인 그는 겸손해한다.
11일부터 l6일까지 신세계미술관의 초대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65년부터 10년간 제작한 목조·철조·석조작품 30점을 선보인다. 59년 동양화가 장우성씨와 2인전을 가진 이래 미협전·국전 등을 통해서나 때때로 볼 수 있었던 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보는 첫번 기회가 된다.
「학교(서울대 미대) 일에 시간을 많이 뺏겨서 그것을 회복시키느라 한 10년은 외부와 단절상태로 제작에만 주력했지요. 그러나 하나의 제작이란 다음단계를 준비하기 위한 시초에 불과한 거죠. 환갑기념전이라지만 작업은 이제부터입니다.』
김종영씨의 작품은 특정의 재료·기법·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때 그때의 감동과 「이미지」에 따라 폭넓은 세계를 펼쳐나간다. 이는 『개성의 노예가 되기 싫어서』라는 것.
1941년 동경미술학교 조각과를 졸업하고 해방직후부터 서울대에 봉직해 온 김 교수는 초기엔 「골베」「부르델」「마이욜」 등의 작품을 감명 깊게 받아들였으며 선천적인 침묵과 엄격한 절제가 드러나는 작품을 제작, 불모의 조각계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53년 「런던」에서 열린 『무명 정치수를 위한 기념비』란 주제의 국제조각전대회에 입상한 이후. 거의 「스토아」적인 금욕주의를 느끼게 할만큼 요약된 수법과 양괴의 역학이 큰 감명을 주었던 때문이라는 평을 받았었다.
『여물고 딱딱한 저항이 강한 재료가 좋아서 즐겨 다룹니다. 「모티브」라면 인체·나무·식물·산을 들 수 있겠죠.』
그러나 형체를 옮기기보다는 그 유기적 구성과 공명개념의 「이미지」를 독특한 조형언어를 통해 형상화하면서 초월적 질서를 추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예술은 속일 수 없는 것입니다. 예술가는 남을 감동시키기 전에 먼저 스스로 희로애락을 느끼고 「자기의 노래」를 불러야죠. 그 예술적 진실성은 작품에 저절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학교와 조각의 테두리 안에서만 생활을 이어온 그는 일부 조각가들이 흔히 손대는 기념물 건립 등을 외면해온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 요즘의 젊고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많은 노력을 하는 편이지만 기성 조각가들이 새 세대를 기르기 위해 보다 진실한 태도와 책임감을 가져야만 좋은 의미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승다운 한마디를 덧붙였다. <차미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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