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성 희박…원작 주제 재현엔 성공-대종상 수상 『불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선우휘씨의 대표작 『불꽃』이 4년 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유현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금년도 대종상의 작품상 남우주연상 (하명중)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원작이 뚜렷하게 제시한 바 『수난의 역정을 통해 우리가 서야할 좌표는 무엇인가』하는 것이며 유 감독은 노장답게 그러한 주제를 영상에 재현하는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주제가 무거운 탓도 있지만 영화에 있어서 최소한의 오락성은 갖춰져 외면 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만 주인공인 「나」의 우유부단한 성격, 즉 스스로의 비겁함을 교묘하게 합리화시키며 현실 도피에만 급급했던 성격이 공산주의자들의 만행 앞에서 당위를 위해 결연한 자세를 보인다는 「터닝·포인트」가 짜릿한 감동을 준다.
배역 탓일까,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던 하명중은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듯한 연기로 앞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며 김진규 고은아 등 공연자들도 호흡의 일치를 보인다. 군중 「신」 등의 「디테일」 묘사, 「슬로·모션」의 남용이 눈에 거슬리는 점을 빼놓고는 모처럼의 양화이다. <웅>

ADVERTISEMENT
ADVERTISEMENT